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나는 보통 전철을 이용하여 출근을 한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다행히 환승할 필요가 없고,
또 내가 거주하는 지역은 출퇴근 교통량이 많기로 소문난 동네이다 보니,
자가로 출퇴근을 하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최소 30분은 더 소요되리라 예상한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지역을 기점으로 처음 출발하는 열차가 있기에,
타이밍만 맞다면 텅텅 빈 첫차에 앉아 출근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기에 자가를 이용해 출퇴근할만한 메리트가 더더욱이 없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곤 자가를 이용한다면 출근길이 완전한 나의
프라이빗한 공간이겠지만, 대중교통은 그렇지 못하고
누군가와 엉키고 부대껴야 된다는 점 정도 이겠다.
그러다 보니, 출근길은 항상 핸드폰으로 짤막한 영상들을 보며
꾸벅꾸벅 졸면서 출근하기 일 수였고, (그 덕분에 하차할 역을 지나친 경우가 제법 많다.)
뭐 딱히 이 시간을 다르게 활용할 만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던 최근,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온병에 차를 담아 출근하며 마셔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최근 날도 제법 쌀쌀해졌고 가뜩이나 거의 산송장에 가까운 나의 아침.
조금이나마 빨리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마침, 지난봄 즈음 유행하던 빨대 달린 대용량 보온병을 구입하고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남들 사는 건 꼭 다 사야 되는 성격이다.)
그렇게 그날 아침 나는 조금 부지런을 떨고 일어나 차를 우려 보온병에 담았다.
그날의 차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보이 숙차였다.
그렇게 보온병을 들고 출근하는 출근길, 처음에는 빨대로 마시다 보니,
뜨거워서 입천장이 조금 대이기도 했다.
나는 어느새 하루 중 여유로운 시간을 찾다 보니, 차를 퇴근 후 저녁 늦게나 즐기게 되었고,
이렇게 해가 떠있을 때 차를 마시는 일은 한동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해가 떠있는 시간에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처지가 참으로 딱하기도 한 것 같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지만, 그게 뭐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여튼, 그날 아침의 차는 따뜻했고, 상쾌했다.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많은 현대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기분 좋은 출근길이라는 것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거의 불가능)
매일 기분 좋게 웃으면서 출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자면,
내가 아는 인물 중에는 '스펀지밥' 밖에 없을 것 같다.
(스펀지밥은 월요일도 좋아하는 캐릭터인 만큼 제정신은 아니다.)
차를 마시며 출근하는 그날, 그 출근길은
'스펀지밥'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기분 좋고 즐거운 출근길이었다.
(회사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왠지, 매일 이렇게 차를 끓여 다니다 보면, 이 기분이 금방 익숙해져 버릴 것 같다.
그러니 가끔, 이렇게 뜨끈한 차를 우려 출근열차에 몸을 실어 볼 생각이다.
삶 속에 또 하나의 소소한 재미가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