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 차준생의 茶이야기
커피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
어릴 적 재수를 하며, 카페에서 일 년여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운 경험이 있지만,
아득히 옛날이야기고, 지금 내게 커피는 그저 사무실의 캡슐 커피나
혹은 믹스 커피, 동네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정도가 고작일 것이다.
나는 커피를 마실 때 물을 많이 넣거나 해서 연하게 마시는 편이다.
일하면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있고, 카페인에 약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나에게도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경우들이 왕왕 있다.
일이 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날이나, 잠을 깨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
혹은 그날밤 신나게 놀 예정인 그런 날,
나는 샷을 추가하거나 부러 진하게 마시는 경우가 있다.
어느새 놀 때도 카페인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진한 커피를 마셔야 될 때는
샷을 추가하거나, 카페 음료가 녹록지 않을 때는 부러
물을 조금 넣거나 커피를 많이 넣어 마시곤 한다.
그렇다면, 차를 진하게 마시고 싶은 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찻잎을 많이 넣거나, 물을 조금 넣는다고 차가 진해지지는 않는다.
커피는 기본적으로 과립이나, 에스프레소 원액을 물에 타서 마시는 반면,
차는 어디까지나 찻잎을 우려내어 맛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뜨거운 물에 우려내거나, 오래 우려내면 진해지지 않을까?
경험상 절대 아니었다. 대다수의 차들이 써지고 떫어져, 차의 맛만 해칠 뿐이었다.
딱 하나의 차만 제외하고 말이다.
오래 그리고 뜨겁게 우려내도 차맛이 상하지 않고 진함이 더해지는 차.
내가 마셔본 차 중 바로, 보이 숙차 만이 오래 뜨겁게 그리고 많이 우려도
맛도 잘 유지되며, 진해질 뿐 아니라, 특별히 쓰거나 떫은맛이 나지도 않는 것 같다.
(물론 정도라는 것이 있다. 너무 과하면 숙차 또한 차맛이 상하고 만다.)
나는 이렇게 진하게 우려낸 숙차를 정말 좋아한다.
특히 쌀쌀한 날 뜨끈하고 진한 숙차를 마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상상만으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만 같다.
그 때문에 내게 몇몇 숙차들이 아직 있지만, 꾹 참고 무더운 여름을 버티며
뜯어보지도 마시지도 않고 참고 있었다. 쌀쌀한 날을 위해,
그리고 그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더 찬 계절이 오면
그때 숙차를 개시할 생각이다.
끓여도 보고 오래 우려도 보고, 살짝 미지근하게 우려도 보고
이리저리 숙차를 마실 생각을 하니,
흐흐 흐흐흐... 기대된다.
이렇게 보면 나란 인간은 참으로 소소한 인간인 것 같다.
흐흐흐 어떻게 마셔 볼까?
조금 색다른 방법은 없을까?
계절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사전 조사를 좀 더 해봐야겠다.
흐흐 흐흐흐... 즐겁다.
올가을은 그리고 겨울은 좀 소소하게 나마라도, 즐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