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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척이나 당연한 이야기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AI를 이용한 이미지이다./보이차를 그려달랬더니 무슨 초코파이를...)


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아주 길지 않다.

당연히 아직 다양한 차들을 접해보지 못했고,

뭐 어쩌다 운이 좋아 좋은 차로 시작 하게 된 반동인지,

저가의 저렴한 차들에 유독 호기심을 많이 가졌던 때도 있었다.

덕분에 이것저것 저렴한 차들을 사모으기도 제법 했다.

하지만 대부분 한두 번 마시고는 방치되기 일 수였다.


특히 보이차 종류들은 저렴한 차와 고가의 차의 가격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

그 이상의 차이를 보일 때도 있다.

(물론 나도 아직 그렇게 비싼 차는 마셔보지 못했다.)

같은 종류의 차이고 같은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원산지나, 재배환경, 발효 공정, 발효 기간 등등

이런 여러 사항의 차이로 인하여 가격이 결정되겠지만,

같은 용량에 같은 종류의 차가 수 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부분은

아마도 멋모르는 사람에게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처음 차를 마셨던 나도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마셔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실제 내가 마셔본 저가의 제품이라고 한다면 2~3만 원 사이의 제품이고

고가제품이라고 해봐야 20만 원 내외의 제품이다.

물론 이 정도도 많은 금액적 차이가 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이차의 경우 백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차들도 많다고 하니,

내가 마셔본 혹은 갖고 있는 20만 원 상당의 제품정도면

보이차내에서는 제법 훌륭하고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나 같은 입문자나 초심자는 저렴한 차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처음 차를 권해야 된다면, 나는 내 수중에 있는 차 중

좋은 차를 내올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맛없는 차를 권하고 마셔봐야,

흥미를 붙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바로 '가성비'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으로 차에는 그다지 통용되지 않는 느낌이다.

종류도 같고 양도 같다면, 나는 가능한 비싼 값을 지불하고

비싼 차를 마시고 싶다. (나의 지갑이 허락하는 내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값 비싼 게 맛도 향도 좋은 것 같다.


더군다나 나는 맛이나 향에 민감하거나 예민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단적으로 나는 와인의 맛이나 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사실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다.)

가끔 특별한 기념일이나 모임이 있을 때면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고는 하는데,

와인에 문외한 나의 와인 선택 기준은 '단 것'이다.

와인 맛을 모르니 기왕 마실 것이라면 그저 달고 맛있는 게 좋다.


'포도 주스처럼...'


이렇듯 나는 전혀 민감하지 않은, 어쩌면 맛과 향에 대해 다소 둔감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명명백백하게 맛의 차이를 느낄 정도면 두 말할 것도 없다.

비싼 차가 맛있고, 또 그 값어치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 부분도, 개인적인 차이도 존재하겠지만,

그럼에도 내 짧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비싼 차가 맛있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차들 역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차들에 비하면

중저가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진정 고가의 차를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만약 고가의 차를 마셔본다면 아마 내가 갖고 있는

이 금전적 가치와 비례하는 맛과 향에 대한 나의 생각이 좀 더 확고해지거나,

어쩌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수백만 원은 너무 부담되는 가격이니, 딱 몇 잔만 맛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


누군가는 비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사기가 아닌 이상, 모든 값이 매겨진 물건은

그만한 가치가 부여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올해 내 지갑은 부쩍 야위어 갈지도 모르겠다.


이 또한 무척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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