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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사대제 Jan 01. 2024

꾸리 앗 딘(Coree ad-Din) 01

제 1 장  출발 01

지난 10년간 신춘문예에 도전했었습니다. 2014년부터 응모하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10년이 되는군요. 항상 최선을 다해 글을 써 응모했지만 매번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아마도 제 글재주가 신춘문예라는 높은 벽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작년 2월 2024년도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그러니 진짜 최선을 다하자. 그래도 낙선한다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신춘문예에 대한 미련은 깨끗이 버리자.'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역시 낙선이었습니다. 작년 초에 결심한 대로 이제 신춘문예는 미련 없이 포기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각오로 <브런치스토리> 작가로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소설보다는 역사나 사회과학, 국내외 시사에 관한 글을 쓸 작정입니다.


나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 노래  <<쾌걸 근육맨 2세 OST, 질풍가도>>


그런데 비록 낙선하기는 했어도 나름 재미있고 수준 있는 작품을 썼다고 자부하기에 이곳에 연재하고자 합니다. 장장 8개월여의 시간 동안 제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 쓴 작품을 고작 심사위원 대여섯 명에게만 읽히고 끝낸다고 생각하니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의 보람과 기쁨은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을 읽어 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제가 <동아일보> 2024년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중편소설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자이툰 부대 병사의 이야기입니다. 


부디 제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냉엄한 평가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일러두기: 이 글은 소설이며 표지와 본문 속에 사진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한 것으로 본문과는 무관합니다. 사진의 출처는 모두 밝혀 두었으나, 만약 저작권의 문제가 있다면 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표지 사진 출처: 김종대, [將軍들의 전쟁] #16. “우리 병사 한 명이라도 죽으면 감당 못할 사태 온다”, <시사저널> 1785호, 2014-04-30





             꾸리 앗 딘(Coree ad-Din)




제 1 장  출발 01



8월 말,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이 지글거리는 활주로 위로 대한민국 공군 제58항공수송단 다이만 부대 소속의 C-130 수송기 한 대가 스타트 라인에서 이륙 대기 중이었다. 한 달에 두 번 쿠웨이트에서 아르빌(Arbil)을 왕복하는 정기 항공편이었다. 이번에도 일정에 맞춰 보급물자를 수송하고 이제 막 쿠웨이트로 귀환할 참이었다. 


발진을 앞둔 프로펠러 공회전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탑승하자마자 귓속에 스펀지로 만든 소음 방지용 귀마개를 끼워 넣었건만 별 소용이 없었다. 불타는 태양 아래 후끈 달아오른 활주로보다야 훨씬 나았지만 냉방장치 하나 없는 밀폐된 수송기 기내에 혼자 앉아 있자니 등줄기에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출처: 고석목, '다이만 부대, 철저한 예방관리... 임무기간 단 한 건 사건, 사고 없어', <국방일보>, 2008-12-19


하긴 이 불볕더위에 쇳덩어리로 만든 군 수송기 안에 앉아 있으니 덥지 않을 리 만무했다. 이런 염천지옥을 겪어봤으니 이젠 평생 덥다는 소리는 안 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땀을 닦기 위해 연신 목에 두른 타월로 얼굴을 훔치면서도 이제 곧 수송기가 이륙하고 나면 이 지독한 더위마저도 추억이 되겠지 싶으니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공항까지 쫓아 나온 인사계 임 상사가 이제 다 끝났으니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으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이제 다 끝났다? 아직은 아니었다. 수송기가 무사히 이라크를 벗어나 쿠웨이트에 닿아야 비로소 끝이었다. 쿠웨이트까지 두 시간여의 비행을 마칠 때까지 현우에게 전쟁은 끝난 게 아니었다.

 

‘비행 중에 수송기가 격추되면 전사 처리되는 건가? 전쟁 영웅의 죽음, 후후후……’


발치에 내려놓은 군용 더플백 속에 처박아 둔 미군 동성 무공훈장을 떠올리자 저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이라크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전쟁터에 와서 적군도 아닌 쿠르드 민간인 한 명을 죽인 공로(?)로 미군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긴급 전출명령을 받고 임기도 다 채우지 못한 채 이렇게 조기 귀국하게 되었다. 이라크에 머문 지난 5개월은 한 마디로 혼돈의 시간이었다. 전쟁은 말 그대로 백공천창(百孔千瘡)의 모순 그 자체였다. 


C-130 수송기 안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는 남현우 병장 /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마침내 관제탑으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지자 수송기가 덜컹거리며 활주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을 향한 마지막 여정의 시작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끝나리라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인사계 임 상사는 다 잊으라 했지만 과연 잊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점점 속도를 올리며 활주로를 내달리던 수송기가 드디어 지상을 박차고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제 1 장  출발 0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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