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로 한국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을 만났다.
북유럽에서 공부하다가 귀국하여 모 자율형사립고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고등학교 1학기를 마치고 나온 성적표에 실망하여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이 급조된 만남이긴 했었지만 느낌은 좋았다.
내노라하는 자율형사립고에 1학기 공부한 결과
"6월 모의고사는 3등급인데 내신이 8 등급이 나와 버려
실망의 늪에서 허우적 댔다."고 한다.
2학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로를 고민하며 매우 혼란해 하고 있었다.
처음 봤을 때 그 학생은 나오기 싫은 자리에 어쩔수 없이 어머니 따라 나왔다는 불쾌한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 학생의 어머니는 표시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역력했다.
몇 마디 나눈 후의 느낌을 솔직히 말하려 한다. 그이유는 외국에서 중고등학교 중간에 귀국하여 국내 학교 적응이 어려워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예리하고 영리한 학생이었다.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학교 내신 관리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준비해 온 소속 학교의 중간고사 및 기말고사 채점이 된 특정 과목의 시험지를 내밀었다.
그런데 학교 시험을 보고 난 너무 놀랐다.
'아직도 이런 문제를 출제 하여 평가하다니 ᆢ'
솔직히 말하면, 대학수학능력 즉, 수능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는 문제라고나 할까?
"우리 학교 내신 받기 엄청 힘들어요.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다 그렇게 말해요."
그 학생은 볼멘소리로 복잡한 표정을 하며 반복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 내신은 현재 9등급으로 나뉘어 상대적으로 적정 비율에 들어가야 하니까. 아이들의 걱정이 많을 수 있다. 보편적인 평가 기준이 적절하고 공정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중간 기말 시험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와우?
솔직히 말하면 80년대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출제한다고?
'아직도 사학이라 고인물처럼 이동이 없어서 그런가?'
교육과정은 선정과 조직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에 따른 평가는 수업 시간에 강의 한 것으로 바탕으로 평가해야 할 뿐 아니라 학년별 교육과정에 따른 적합한 평가를 해야 하며 그것에 따르는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수업 시간에 수업한 것은 안 나오고 외부 지문이 나온다는 것이다.
즉 수업시간에는 가르친건 없고 시험만 졸지에 어렵게 출제하여 아이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려는 학생들은 너나할것 없이 인근 학원으로 늦은 시간까지 내신대비를 위해 다년간 축적된 문제들을 기웃거리며 피곤한 사냥을 하지만
남는 건 시간과 체력 소모와 자신에 대한 패배감만 늘어 간다.
그렇지만 포기하지도 못하고 자신만 뒤쳐지는 듯한 미묘함에 쌓여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생들은 내신을 위해 인근 사교육시장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모순인가? 내신을 학교에서 공부 않고 학원에서 한다고 하는 것이.
그래서 인근 학원을 검색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 말대로였다. 중세국어반, 훈민정음반 다양하게 세부적으로 프로그램이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반으로 편성되어 운영되고 있었다.
전공학과에서도 전공자들이 선택을 기피하는 것을
고교생이 내신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실.
자율형사립고교! 멋지다.
허상만 좇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곪아 가고 있다.
3등급 아이를 8등급으로 위축되게 하는 우리의 교육현실이 안타깝다.
네시간 동안 공부의 방법과 학습 접근의 핵심을 몇가지 일러 주고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파악하고 보충하는 자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 하고 그 아이를 응원 해 주었다.
어느새 시간은 에누리없이 흘러 오후 다섯시!
처음 일그러진 표정으로 왔던 그 아이는
헤어질 때 입이 귀의 이웃이 되어 있었다.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치동 학원.강남학원. 동네 학원 할 것없이 학생들을
교육하는 자의 깊이 있는 반성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심야 자정까지 몇개의 학원을 거치며 공부한 학생이 대학가서는 교수에게 서머리(요약) 안 해 준다고 불평하는 학생들이 많은 우리 교육 현실,
연구하지 않고 옛날 배운 것으로 되새김질 하며 겁없이 가르치는자 그리고 아이의 현실을 직시 하지 않고 학원 돌이만 시키는 일부 부형들의 허영이 있는
우리 교육현실이 슬프다.
인재양성의 중요성과 바람직한 자유 시민의 교육이 아닌 입시 지옥의 제도로 옥죄고 있는 정부의 무능도
더욱 슬프다.
덕과 부끄러움을 상실한 공부벌레들이 더 진화되어 양산될까 겁이 나는 것은 기우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