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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Nov 09. 2024

비가 싫어

비오는 것이 싫었어.


엄마 만나러 가는 길에

누런 혀를 거칠게 낼름이며

다가오던 한내 다리의

황톳물이 무서웠어.


비오는 것이 싫었어.


단풍만한 손으로

동생 기저귀  빨러

시냇가 돌판 위에

정신없이

비비고 비벼

순백으로 변하는 사이

어느새

불어난 시냇물에

세탁물이 떠내려갈 때

치마걷어  반바지에 집어넣고

물따라 세탁물 따라

가다가

고무신까지  떠나보냈지.


비오는 날이 싫었어.


신발 훑어가버려

맨발로 땅을 걸을 때의

부드러운 부끄러움을

한아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두운 골목길

밝혀 주던

비맞은 수은등도 추워보였어.


비오는 것이 싫었어.


반 타스나 되는 동생들

잡다한 일들 척척하며

심부름 자알 해야

칭찬받는다는 것을


엄마는  

사탕도 주며

칭찬 점수를 모아

상장도 주었지.


그래도

여전히

비오는 것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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