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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이미 Sep 28. 2024

기대잉여

9월 27일 아침 8시

침대 위에서 수연은 휴대폰의 알람을 끈다.  수연은 거실로 나가 식탁에 올려져 있던 유청단백질 한 스푼과 냉장고에서 서울우유 한 팩을 꺼내어 흰 머그잔에 담아 저어서 마신다.

그리고 난 후, 쌀통에서 쌀을 낸다. 그리고 흑미를 첨가하고 보리를 한 줌 섞어 싱크대에서

깨끗이 씻어 전기압력밥솥에 넣어 전원을 넣는다.

 “ 오늘 아침은 반찬을 무엇으로 하지?”

박사과정 수료하고 학위 논문 준비 중인 큰딸은 아마도 정오가 되어야 일어날 것이다.  “오늘도 작은딸하고 아침을 먹나?

“ 혼자 먹을까?” 이런 생각이 뇌리에 잠시 스쳤지만 수연은 기계적으로 냉장고를 열어 대패한우와 배추, 버섯, 피망을 집어 들었다.

 냉동고를 열어 려놓은 오징어 한 마리를 꺼내고 어묵 2개를 내었다.

 가스레인지에  독일산 스텐레스 냄비를 올리고 그 안에 배추를 깔고 그 위에 각종 준비물을 넣었다.

그리고 양념장을 만들어 붓고 불을 켰다.  한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오색의 고운 빛의  맛을 품은 냄비가 윤기를 머금고 유혹한다.


"맛있는 밥이 다 되었습니다."

밥솥의 음성은  이미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 따뜻할 때 같이 먹으면 좋겠는데 ” 하는 생각이 들어 거실을 향하여

“ 아점 먹자 ”라고 했다.

두 딸 모두 기척이 없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작은딸 방으로 갔다. 택배 온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빼고 있었다.

 “ 뭘 샀니? ” 했더니 답이 없다. 다시 물었다.“ 뭔데? ” 하니  작은 카드를  들며 보여준다.


 작가인 작은 딸은 대학원 석사과정 3학기다. 작품 활동과 학교 강의와 선호하는 가수 덕질을 다시 시작하여 더 바쁘다.

 “아침 먼저 먹고 할 것 해라 ” 하고 큰 딸 방을 보았다. 논문 밤샘 작업을 해서 인지 한밤중이다.

오늘도 혼자 먹어야겠다. 수연은 생각했다.


 “한 공간에 있으면서 각자 먹는 것보다  같이 먹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먹자는 말은 다시 해 볼까?'


다시 “아침을 먹자!” 고 했더니 늘 작은 딸이 먼저 나오더니 오늘도 역시 먼저 나왔다.


오징어불고기덮밥이 완성 되었다.

 두 접시를 먼저 담고, 음식이 식으면 안 될 듯하여 큰 딸 것을 안 담았다. 그러다가  잠시 머뭇하다가  다시 접시를 내어 담았다.

일어나 나와 자기 몫이 없으면 서운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작은딸이 언니를 불렀다.


벌써 하루의 반나절이 지나버린 시간.

아침을 먹으며 입맛에 맞는지 묻다가 생각보다 맛이 있었는지 작은 딸은 밥을 더 담아 왔고 큰 딸도 다시 소스를 얹어 한 접시를 다 비웠다.


오징어 향이 진하다고 말하는 딸의 미감. 웬일로 오늘은 아침밥을 다 비운다.

'입맛에 맞았나?'


주말에 상경하는 아빠가 빈손일지 아닐지에 대해 화제가 모아지고 ,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손에 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사 온 적이 없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큰 딸은 전투적으로 전적으로 수연의 잘못이라 비수를 꽂는다.

 남자란 동물은 그런 마음이 없다는 단정을 하면서.


수연은 “그런 건 사람 나름이다.” 고  했다. 큰 딸은 한 옥타브 높여 전적으로 수연의 잘못이란 것이다.

“ 엄마가 남자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라 그렇다. ”

“남자에게는 미션을 주어야 한다. 그걸 엄마는 못한다. 알아서 해 주겠지 하면서 기대한다.

사람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니 제발 표현하고 살아라.”  그러더니 "군대의 고문관처럼 늘 그렇다. “

며  

“ 아버지가 학습이 되지 않아 그렇다. 엄마가 학습을 시키지 않으니 엄마의 잘못이 크다.”

이렇게 논리 전개를 한다.


 수연은 “왜 학습을 해야 그런 것을 꼭 하냐? 보고 배운 게 있는  어른이 되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야지 ”


큰 딸은 엄마는 항상 그런 식이다. 괄호를 많이 쳐 놓고 그 괄호를 사람들이 알아서 맞혀 주기를 바라는 난해한 출제를 하는  시험관의 태도를 늘 유지한다.

그러면서 으음 , 요것들, 이 어려운 것 한번 맞추어보라. 는 식"이라는 것이다.


수연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기 속으로 난 딸들이 이렇게 자기를 모르고 왜곡되게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잠시 후 “나도 엄마 닮을까 무서워 ” 하는 말에 수연은 순간 실망하였다.  부모가 애착을 가지고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게 중요한지 알아요? 큰 딸이 이야기했다.


 애착 관계 중요하지, 그 애착이 중요하다 생각하여 직장 생활 병행하며 어렵게 발 동동 구르며 살아온 시간에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키웠다고 했다.

 주 5일제 되지 않았을 때도 일요일마다 쉬고 싶어도 자가용 태워 한계령까지 가고 오고, 한 기억을 예시하며 그때 하늘을 향해 구름을 먹고 있는 어릴 적 행복한 모습을 기억해 보더라도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수연은 상담이론 위주로 이야기하는 큰 딸이 그것을 수연을 향해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도 항변하듯이 그건 애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잘해 주는 부모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수연은 그런 것도 궁핍하여 못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아야 한다.‘

했다.

식탁위 화제의 열차는 철로를 이탈하여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움직이다  문제종착역이 수연 역에

도착행인듯하다.


수연은 전진할 수가 없었다. 지금 여기서 전진하면 더 커질 것 같았다.  식탁 위 화제의 불똥은 수연을 향해 뜨거워지고 있었다.


조산원에서 사귄 친구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학교나 주변 친구들에서 공유하는데  엄마는 조산원에서 사귄 친구도 없고, 친구도 안 만나고 하니 몰라서 그런데 요즘은 안 그래요. “

조곤조곤 히 이야기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수연이 애써서 소리를 낮추었다.

“ 엄마 나이 때는 조산원에 가기보다 집에서 조리를 하는 게 다반사였고, 지금 조산원 직원들이 하는 일을 가족들이 좋든 싫든 감당 하며 다 해결을 하는 문화였다.

“지금의 잣대로 삼십 년 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딸은 한순간 침묵했다. 수연은 공부시켜 놓으니 수연에게 이러니 저러니 하는 딸이 못마땅하다.

수연은 순간 생각했다.

'딸이 이해력이 이 정도인가?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의 반영인가?'

삼십 년 세월의 질량의 차이가 거리감과 괴리감으로 세대갈등, 가치갈등으로 나타난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에게 잘해 주고 싶지 않으랴마는 주변에 잘 사는 부자들 틈에 끼여 학위 준비를 하고 있는 그것만큼 못 해 주는 부모는 함량 미달로 보는 듯해서 수연은 씁쓸하다.

송아지가 엄마소를 닮지만 전체를 다 닮는 건 아니다.

식탁 위에 앉아 밥을 먹을 때마다 갑자기 돌발하는 논쟁들.

그냥 넘어갈 일도 사사건건 시비를 이야기하고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이 낯설지만 삼십 대 무서운 박사님! 시간 속에서 더 여물어지고 풍성해지기를 바라면서

식탁 위의 작은 논쟁이 논문 쓰는 과정에 생겨난  스트레스이길......



박사 중퇴 엄마 수연은 은퇴 이후 가 따님 박사에게 매일 여러 소리를 듣고 다듬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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