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돌고 돌아 어둠을 따라
찾아든 목도 수목원은
언젠가 예정된 둥지인 듯
원시의 고요함을 머금은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희뿌연 형광등이 토하는 늙수그레한 불빛 아래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서 겸허하게 서있던
벌거벗은 다양한 나목들은
큰 것은 큰 대로,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서로를 드러낸 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처음 본 그때 목도수목원의 모습은
마치 산짐승이 튀어나올 것 같아
숨겨진 두려움이 솜털처럼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흙방으로 나를 안내하던 주인장은 직접 만든 황토방을 자랑합니다.
그 방은 어둠의 눈을 피해 날아든 방랑자에게는
새의 둥지 같은 안온함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인 황토방의 냄새를 씨실로 어둠의 시간을 날실로 삼아 한적하게 자유의 꿈을 하나씩 하나씩 직조합니다.
어느새 황토방에 나의 영혼과 육신을 무장 해제한 채
산속의 적막이 주는 단조로움은 옛 자장가 되어
시나브로 고요한 나라에 이르렀습니다.
시원을 모른 채 피어올라
내면의 고갈된 밭에서
눈칫밥으로 허우적대며
마치 서얼처럼 마구 자라난 동경들이
칠흑의 밤하늘에서 별빛 찾아 떠나는 방랑자처럼
요람의 아늑함에 젖어 가벼운 탄성을 희미하게 짓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경쾌한 새의 청량한 노랫소리가
귓가에 울려 눈을 떴습니다.
참 오랜만에 듣는
그 어떤 것에도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이 빚은 수목원의 고요한 아침에는
실비가 내립니다.
잘 생긴 나무들과 예쁜 꽃들과 수수한 풀들이
가늘게 가볍게 아침 단장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