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구슬> 소설 연재
여기까지가 작가 지망생 이태용의 이야기이다. 무한의 소설구슬을 삼킨 후의 그의 삶은 구슬을 얻기 위한 과정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그는 후스타이 제국의 태왕이었지만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능력도 없었다. 그는 항상 아내인 황제에게 남편으로서 진심 어린 지지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냈지만, 실질적인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 있어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개입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만큼은 강력하게 주장하고 관철시켰는데, 바로 노예제의 폐지였다. 태용의 강한 주장으로 후스타이 제국은 건국 직후부터 노예제가 금지되었다.
그것을 제외하고 태용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았고,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을 쓰는 일에 바쳤다. 그는 자신의 모국인 마한과 후스타이를 오가면서 소설을 썼다. 그는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한히 위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얘기했고, 그 일에 대단히 열심이었다. 그의 하루는 깨어있는 시간 내내 소설을 구상하고 쓰는 일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태용이 자신의 필생의 역작을 구상하고, 집필하고, 퇴고하는 데는 총 70년이 걸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가 되었을 때도 계속해서 소설을 다듬었다. 70년 동안 후스타이 제국과 세계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그는 그 모든 혼란과 사건사고 속을 헤쳐 나가면서 묵묵히 글을 썼다. 그에게는 창작이 고된 노동이자 고통이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둘도 없는 기쁨이었다.
황제 호라진이 사망한 후에도 이태용은 20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노환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와중에도 소설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편집과 퇴고에 만전을 기했다. 그의 작품은 후스타이 황립 출판사가 출간한 첫 번째 책이었다.
이태용의 99번째 생일날, 마침내 그의 소설이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그 때 그는 병석에 누워서 죽어가고 있었다. 태용은 그의 아들인 황제가 병원으로 직접 들고 온 책을 떨리는 손으로 만져봤다. 그는 눈을 감고 책표지에 새겨진 제목의 촉감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느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태용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 이루었다. 이제 죽어도 돼.”
그의 말에 아들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아버지, 그런 말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아니다. 지겹도록 오래 살았다. 그래도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부디 재미있게 읽기 바란다.”
그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소설가 이태용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