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etry K(Kafka) 결성
정훈이 형과 지성(가명) 이를 만난 건 운명이거나 우연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운 좋게 잡은 과외로 잠시 풍족(?)하던 때에 당시에 흔하던 문학적 감성에 빠져 문학동아리 후배들과 자주 술집을 배회하며 풍요로운 90년대와 세기말의 불안함 속에서 지식과 말의 허영(?)에 취해 있었다.
하이데거, 들뢰즈, 미셸 푸코 등의 철학자들이 던져놓은 화두에 머리 싸매고 집착하거나 끝없는 말꼬리 잡기에 지쳐가던 때에,
어느 대학가 앞에나 다 있을 법한 막걸리 골목 욕쟁이 할머니집에서 난 그들을 우연히 만났다.
닭도리탕을 시켜 놓고 한참 시(詩)를 안주 삼아 떠들다가 옆 테이블에서 간첩 같은(?) 두 명의 투박한 남자들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 시 같지도 ~ 않은 소리를 하네.”
나름 시에 대한 철학적 생각에 빠져 썰을 풀던 후배가 일어나며 옆 테이블에 소리쳤다.
“ 뭐여~, 왜 자꾸 시비 거는 거요?….”
그쪽도, 우리도 뭔가 이상한 말꼬리 잡는 분위기가 결국에 싸움으로 번질 상황으로 변했다.
나와 다른 후배들이 말렸고 금세 오해를 풀고 화해자리가 마련됐지만 마음 상한 후배들은 조금 있다 자리를 떴다.
나는 왠지 모를 끌림으로 남았다.
우리 셋은 이전 상황은 상관없이, 어색함도 없이 술 먹고 이야기하다 그날부터 친구가 되었다.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을 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철없는 청춘임을 서로가 확인했다. 그 후로는 속에 있는 얘기와 설익은 생각도, 어설픈 자작시도 공개되었다. 낯선 내게 그냥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공계학과에서 둘은 문학을 따라다니는 떠돌이들이었고 왕따(아니 자따에 가깝다.)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 새벽에야 헤어졌다.
다음 날부터 우리는 연인들(?)처럼 자주 만나 그동안의 시간을 시간으로 메웠다.
그들과의 이야기는 청춘의 광기이거나 객기였던 것 같다. 우연으로 만나 운명처럼 헤어진 관계가 되었다. 어쩌면 봄날에 나를 다시 만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정훈이 형이 그립다. 내 청춘처럼.
숫기도 별로 없던, 소극적인 내가 왜 그들과 친해졌는지 그때는 나도 잘 몰랐다.
최근 대학 때 항상 같이 다니던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사실 난 사교적인 인간인 건가…???
나와 친구A의 추억/ 나와 친구B의 추억 / 나와 A와 B의 추억은 많이 있지만, 나를 뺀 A와 B의 추억이나 만남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오지라퍼였던 건가?, 아니면 관심받고 싶은 사람이거나…….??
지금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관계를 그물처럼 만들었고, 생각보다 많이 이별했고, 생각보다 많이 미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이제야 추억이 가물해질 나이가 되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