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3년 나의 수영 기록과 함께, <수영일기>

그림으로도 수영할 수 있다

by 라소현
?src=http%3A%2F%2Fblogfiles.naver.net%2FMjAxODA0MDRfMjYw%2FMDAxNTIyNzcwNjIxMDQy.CdOAyOx--QZ8hQpBdVes9A8S9wrNYmFGgfYXs9E5JEAg._Ef58KLEOZLNUPNZJw5kfn_ypt3EzHfw39JroL4l8WEg.JPEG.sunny2378%2Ffehs.JPG&type=sc960_832


<수영일기>, 오영은, 들녘


읽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창 수영에 빠져 있던 23년 겨울, 마침 밀리의 서재에서 추천 도서로 떴길래 펴봤다. 진짜 일기 형식의 글일 줄 알았는데 작가님이 일러스트레이터여서 본인의 수영 관련 개인 작업을 그림일기처럼 엮어둔 책이었다.


표지가 참 맘에 든다. 보는 것만으로도 수영장에 가고 싶어지는, 자유롭기 그지없는 그림이다. 어쩜 저렇게 수영이 주는 자유로움을 가감 없이 담아두셨는지 모르겠다. 안에 있는 그림도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읽고 나면 당신도 수영이 하고 싶어질걸!


책에서 보여주는 수영장 사람들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다. 나는 회사 사람들 위주인데다가 다이빙/오리발 수업 등은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인데 다른 수영장은 어떤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원래는 유튜브로 수영 기술에 대한 영상을 자주 봤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수영장 사람들의 천태만상을 설명해 주는 영상들을 더 재밌게 보고 있다.


나의 수영 기록


오늘은 책 이야기는 짧게 줄이고,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던 나의 수영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수영의 시작

23년 2월, 난 이직을 했다. 솔직히 '수영 초급 배우기'라고 23년 목표를 세웠던 것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강습을 신청한 후에 목표를 세운 것인지 순서는 좀 헷갈리지만, 메일로 수영 강습 신청 안내가 날아와서 회사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 회사에 수영장이 있다니. 새로운 곳의 복지도 체험해 보고 싶었고, 운동도 배우고 싶었고, 수영은 원래도 생존 기술로 한 번쯤 배워보고 싶다고 늘 생각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신청하러 갔었다.

수영 강습을 신청하러 왔다고 했더니 데스크 분이 깜짝 놀라면서 수영장 사무실에 전화를 해주셨다. 딱 한 자리가 마침 남아있다며 얼른 들어가서 신청하라고 알려주셨다. 직접 수영장 내 위치한 사무실에 이름을 쓰고 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한 분이 신청했다가 취소하신 것인지 어떤 이름 위에 두 줄이 벅벅 그어져 있었고 그 자리는 내가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의 난 참 운이 좋다며 즐거워했는데, 그 이후는 수영 강습 신청을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새벽 5시 출근을 했다... (수영장 강습이 선착순이라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신청하는 거였다. 도대체 마지막 한 자리가 어떻게 남아있는 것이었을까)


Lv1 : 수영 초급반 (3~4월)

그 유명한 '음파음파'를 일주일 정도는 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15초 정도 한 후 바로 킥판 잡고 헤엄치기로 들어갔던 것이 기억난다.


Lv2 : 평영 (5~6월)

초급반 선생님이랑 같은 분께서 수업을 진행하셨다. 엄청난 열정맨이셨지만 학생들을 비즈니스 고객으로 확실하게 생각하는 분이어서,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고객 평가를 공식적으로 받아가시기도 했었다.

나도 수업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평영은 너무 몸이 안 나가서 힘들었다. (사실 지금도 잘 안 나간다). 매일 수강생들의 끝에서 '왜 나는 나가지 않는 걸까' '왜 나만 이렇게 느린 걸까' 하는 파닥몬의 마음으로 수영했다.

IE003209107_STD.png 왜 나만 평... 진화 못하는거야!

선생님이 개별적으로도 봐주셨고, 저녁 자유 수영에서도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고 지나가던 수영 고수 아저씨가 조언도 해주셨다. 하지만 아쉽게도 난 결국 이 영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진 못한 채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Lv2 : 자유형 팔꺾기반 (7~8월)

Lv1에서 자유형을 배울 때는 팔을 곧게 편 채로 휘두르는 법을 배웠었다. 그래서 처음엔 팔꺾기에 적응을 잘 못해 오히려 계속 팔을 편채로 수영을 하곤 했다. 팔을 꺾고 수영하면 좀 더 빠르게 나갈 수 있고, 팔을 펴고 수영하면 확실히 느린 템포로 편하게 다닐 수가 있어서 좋다. 그럼에도, 우리가 '수영'의 픽토그램을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팔이 꺾여 있지 않은가?


40993543-%EC%88%98%EC%98%81-%ED%94%BD%ED%86%A0%EA%B7%B8%EB%9E%A8.jpg


어디 가서 수영한다고 말하려면 저렇게 팔을 꺾고 자유형을 할 줄 알아야 하는구나. 그래서 연습을 적당히 했으나 수업 외에 자유수영은 거의 오지 않았더니 이 때 롤링에 잘못된 습관이 들었다. 이후 겨울에 열심히 연습하던 기간 동안 어깨 통증이 매우 심하게 만드는 주 요인이 되었다.


Lv2 : 배영 (9~10월)

매일 늦게 자고 너무 피곤해서 수업 절반쯤은 빠졌다. 당연히 수업 막판으로 갈수록 따라가기 더 힘들어서 엄청 고생했다. 혼자 고요히 배영 할 때는 그런 일이 없는데 수업 중에는 다 같이 허우적거리니 물을 정말 많이 마시게 되었다. 특히 옆 레인에서는 IM200 상급반이 진행되었는데, 접영 때문에 날아오는 물도 견디기 어려웠으나 마지막 주가 다가올수록 다이빙 수업도 진행하는 바람에 온종일 마시는 물보다 배영 수업 때 누워서 마시는 물이 더 많았다.

수업을 착실히 나가지 못해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자유 수영 때 자유형 등을 하다가 힘들면 편안히 혼자 보노보노처럼 떠다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Lv2 : 접영 (11~12월)

정말 열심히 했던 기간이다. 퇴근하고 매일 2~3시간씩 가서 자유수영을 했다. 연말이지만 약속도 별로 없었고, 어쩌다 생긴 약속에도 '아 그럼 이날 저녁 수영은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먼저 들 만큼 수영에 푹 빠져 지냈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게 될지는 몰랐다. 접영이 너무 멋있어서 잘하고는 싶은데 너무 어렵고 어깨가 뻣뻣하니 폼나는 자세가 나오지 않아 혼자 연습을 엄청 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선생님들도 나를 알아보셔서 매일 조금씩은 초보레인 쪽에 와 자세 코칭을 해주셨다.

동네 수영장에선 하기 힘든 경험이 아닐까 하는데, 저녁 7시쯤부터는 다들 퇴근하고 안 계시기 때문에 50m 레인 4개가 있는 수영장에서 혼자 유유히 물장구치고 돌아다니는 행복한 경험을 자주 할 수가 있었다. 물소리만 제외하면 정말 고요해서 수영하는 것이 마치 심신 수련을 하는 과정처럼 느껴져 더 몰입하게 되었다.


수영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이후에도, 이 글을 발행하는 현재까지 쭉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곧 지금 다니는 수영장이 잠시 문을 닫는다. 새로운 곳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리고 수영에 대해 당신이 궁금해하는 것들


사실 웬만한 답변은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에도 많지만, 내가 정말 처음 수영을 시작하던 시절 궁금했던 건 이런 것들이었다.


Q. 어떤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가?

A. 인터넷을 보니 래쉬가드 입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서 래쉬가드는 선생님의 상징이라 아무도 안 입었다. 5부 수영복은 여자 분들 사이에서 엄청 흔했고, 남자분들도 어마어마하게 짧은 수영복을 잘 입고 다니시니 그냥 자기가 입고 싶은 수영복을 입으면 된다.


Q. 사람들과 수영복을 입고 만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A. 어차피 누가 무슨 수영복 입었는지 신경 쓸 일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력이 좋지 않아 수영복보다는 오히려 수모가 더 눈에 잘 띈다고 느낀다.


Q. 회사 사람들 만나는 곳에서 수영이라니?

A. 운동하는 곳에서 회사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는 분들이 꽤 많다. 나는 바로 옆 팀 팀장님도 수영장에서 몇 번 인사 드렸는데 오히려 사무실에서 마주쳐도 같이 수영 얘기 재밌게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이 취미 생활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Q. 한 달에 한 번 대자연이 찾아오면 어떻게 하나?

A. 생리컵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물속에서는 압력 때문에 상관없어도 물 밖에 나오면 우리가 우려하는 그런 사태^^... 가 발생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반가운 마음으로 푹 쉬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쉬는 거라구~ (사실 수영이 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회복을 위해 쉬었다)


모두 즐거운 수영 하시길!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년대 버전의 K-동네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