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r is reacton, Courage is decision
[뒤늦게 올리는 서문]
우리는 곧 호주로 떠난다. 이 여행이 이토록 설레는 건 오랜 직장생활에 치이다가 떠나는 한 달 동안의 휴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호주는 내가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곳이기도 하다. 혼자 워킹홀리데이로 1년을 보내기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난 그 여행은 지금 돌아봐도 무모하고 대책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4시간을 앉아 있던 그날을 더 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무모하고, 그래서 더 빛났던 그때의 내가.
호주는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흰 캥거루를 만난 어느 날, 별들이 쏟아지던 은하수의 밤, 보라색으로 물든 저녁노을, 모든 순간이 마치 작은 기적 같았다. 그곳에서 경험한 순간들은 단순한 여행의 기억이 아닌, 예상치 못한 행복과 기쁨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행히도 그때의 무모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내게 용기는 남아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비록 회사가 잘릴지라도, 다른 이의 눈총 혹은 잔소리를 들을지라도 내 인생 다시 용감하고 주도적으로 결정해 나가기로 했다. 회사를 잠시 떠나 아이와 한 달을 함께 보내겠다는 결심, 바로 휴직계를 던지고 나는 아이와 호주로 떠나기로 했다.
사람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다. 돈, 지식, 명품, 각자의 기준에 맞는 행복이 존재한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경험'을 통해 내가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생각하는 힘'이다. 책 속에서 혹은 일상이든 여행이든 다양한 상황과 환경들을 마주하며 생각의 그릇이 넓어지고 깊어졌으면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도 좋지만, 아무래도 다른 환경은 아이의 머리를 말랑 말랑하게 해 줄 테니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내게 둘도 없는 교육현장이자 최고의 학교다. 거기에 엄마와 함께 한 추억의 기억이 단 한 편이라도 아이에게 남아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게 없겠다.
호주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깨끗한 환경, 짧은 시차, 그리고 우리의 겨울은 호주의 여름이기에 짐도 가볍게 챙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좋아하는 물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영어가 통하는 곳이니 다른 나라보다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고, 개인적으로는 와인과 커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이번 여행은 그저 한 달 동안 머물며 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해변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따라 달리며, 낯선 동물들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 모든 순간이 단순한 일상의 반복이 아닌, 마치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장면들처럼 다가오길 바란다. 아이와 함께 모래사장에서 뛰놀다, 문득 우리가 꿈꾸던 바로 그 순간이 지금임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눈앞에 펼쳐진 보랏빛 노을, 우연히 마주친 흰 캥거루, 별이 쏟아지던 은하수 같은 찰나가 영원히 우리의 마음속에 머물며,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한 순간들이 나와 딸에게 시간이 흘러도 결코 잊히지 않을, 삶의 아름다운 페이지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