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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May 08. 2024

진정할 수 없는 밤이 찾아왔다

동굴 속 이야기 열아홉

다시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2시간 ~ 6시간을 오가던 수면시간이 6시간 ~ 8시간으로 안정되었다. 오전에는 그동안 정신과에서 처방받고 먹지 않아서 쌓아뒀던 알프람, 인데놀, 심발타와 같은 약들을 모두 버렸다. 홀가분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취업이 예상했던 것처럼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평소랑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오늘도 평소처럼 일어나서 체조하고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나갈 때는 꽤 기분이 괜찮았다. 다이어트를 6개월간 지속했던 것처럼 무엇이 되었든 조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6개월을 지속하면 뭐라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를 보고 담쟁이 넝쿨을 감상하고 걸었다


시작하자. 6개월이면 될 거야.
조급해하지 말자. 초조해하지 말자.

카페에 들어가서 지친 다리를 쉬었다. 책을 읽었다. 산책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잔잔한 마음으로 산책을 마무리했다


샤워하고 가볍게 무릎 재활운동을 했다. 읽고 버릴 책들을 뽑아놓고 빨래를 돌리며 잠깐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깼다.




별다른 일은 없었다. 잠에서 깨서 핸드폰을 보던 중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말 그대로 쿵 떨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바위가...


이런 기분이 마지막으로 든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긴장이 머리끝까지 치솟아 오르고 가슴이 쿵쿵댄다.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다리를 떨었다. 오로지 진정할 수가 없어서 계속 다리를 떨었다.


청소를 했다. 가라앉질 않는다. 나가서 쓰레기를 버렸다. 가라앉질 않는다.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사 왔다. 가라앉질 않는다. 책은 펴지도 못하겠다. 약의 부작용인 걸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일 정신과에 가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에 안식을 주는 음악도 소음일 뿐이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무슨 상황에서 가슴이 내려앉았지? 되짚어 추적하는 것이 귀찮다. 

아 모르겠다




지난 글 <회복의 여정 : 다시 태어나다(2/2)>로 히키코모리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그래서 <동굴 속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생각했었다. 


히키코모리에선 벗어났지만 우울증이나 정신건강은 별개인 모양이다. 


세상에나 이런 기분이 들 줄은 상상도 못 했네. 많이 힘들다. 괴롭다. 내 몸이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 참 쉽지 않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굴 속 이야기 열아홉>. '회복은 쉽지 않다'는 글이 되었다. 




- 친구한테 전화하거나 가족한테 전화할 수는 없네. 

- 이런 상황에서 우울증 환자들은 누구와 대화할까? 사회/지역 복지 차원에서 대화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을 주는 사이트나 영상을 즐겨찾기 해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힘든데 좋은 글 소재가 되긴 했다.


- (10분 뒤) 컨퍼런스 발표자료를 보면서 웃었다. 유머는 소중하다.

- 지금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rZb-dZKCIQ

Blades of Glory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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