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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코모리 K선생 Aug 09. 2024

정리해고 당한 히키코모리

동굴 속 이야기 스물다섯

히키코모리 생활 10년 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정리해고를 당했다.

아.....


일일 계약 아르바이트였지만 직원분들이 잘 대해주셔서 3개월간 빠짐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을 서서히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평안한 날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지난주, 급작스레 공장에 사정이 생겨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공장 측에서 사정을 설명해 주시고 양해의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아르바이트 전원이 잘렸다. 일일 계약직이라 해고는 아니지만 정리해고라 치자.




고정된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썩였다. 다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에 돌이 들어와 박혔다.

다시 가만히  누군가를 지켜보는 생활로 돌아가게 될까 두려움이 밀려왔다


두려움은 마음을 재촉해 댔다. 1주일간 '일단 뭐라도 하자'란 생각이 들었다.


커피회사, 유통회사에 지원해서 면접을 보고 식품 관련 알바를 위해 보건증을 발급받았다. 물류 알바를 위해 3톤 미만 지게차 교육을 이수했다. 저녁엔 도보로 배달을 했다. 바쁘게 지냈다. 하지만, 두려움도 들썩이는 마음도 가라앉질 않았다.


매일 아르바이트앱을 살펴보았다. 한군데도 지원하질 않았다. 급여, 근무요일, 시간, 미래전망, 건강 등 핑곗거리를 주워대며 지원을 피했다. 끊임없이 의무감에 쳐다보면서 회피하는 마음이라니... 바쁘면서 또 한편으로는 미적대면서 1주일을 흘려보냈다.


실은 그저 용기가 없었을 뿐이다.

이 두려움은 뭘까? 난 왜 용기가 없는 걸까?




일요일 저녁, 북마크 했던 알바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사실을 눈치챘다

난 집과 가까운 곳으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던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거르고 있다.


마음속에서 또다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스스로 선택을 없애고 마음의 족쇄를 만들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다. 큰일이다...

'조건이 마음에 들면 버스나 셔틀을 타고 어디든 가서 일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여행 삼아서 좋아하는 동네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거 아냐?
'왜 직접 겪어보지도 않고 지레 판단하는 거야?'


머리로는 아는데 도대체 왜? 약이 떨어져서 그런걸까? 두렵고 쓸쓸한 시간이 돌아왔다. 힘들다.




회복되었기 때문에 힘든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어려워졌다. '또야?' 이런 생각을 할까봐 그리고 실망시킬까봐...

혼자 용기를 내는 건 너무도 힘들다. 도움닫기가 되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10년 만에 아르바이트를 나가게 만들었던 그날이 생각났다. 그걸 다시 해볼까?




일요일 저녁, 일단 마음을 비웠다. 힘들다는 아르바이트를 떠올렸다. 상하차 아르바이트가 생각났다. 지원했다.

3일간 열심히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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