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

by 빛해랑

황토에 개인돌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담이 눈에 들어왔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주인 손길 멈춘 틈을 타 풀이 자라고 있었다.


서울에서 오는 동안 긴장했었나 보다. 무질서한 풀들을 보니 스르르 힘이 빠진다.


댓돌 위에 수건이 깔려 있다. 방금 전까지도 밟고 올라선 것 같은 흔적이다. 마루 끝 양쪽으로 대나무 평상 두 개가 햇빛을 받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 따라 담양으로 한 달 살이를 떠나왔다. 내가 아니고 딸이 그렇다는 거다. 올여름휴가도 없었던 나는 남편과 함께 주말을 보낼 작정으로 딸의 뒤를 따라왔다.


추월산 자락 어디쯤에 있는 사돈어른의 빈집이다. 몇 해 두 어른이 한 달 간격으로 돌아가신 후로는 언니 내외와 조카가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


제멋대로 자란 풀만 아니면 사람 없는 집인지도 모를 만큼 정갈하다. 며칠전만 해도 언니와 조카는 이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고 했다.


마당에 잡초도 뽑아주고 뒤뜰 대나무가 마당을 잠식하지 못하도록 베어 주었다고 한다.


"엄마! 여름 한 달 동안 이모네 시골집에 내려 가 있어도 될까?"


딸은 갑작스럽게 결정해 버렸다.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살아보기로.


한 달이라곤 하지만 중간크기의 캐리어 하나가 다다. 정리랄 것도 없다. 뒤꼍 아궁이가 달려 있는 방에 짐을 풀고 나니 어둑한 저녁이었다.


모기와의 사투를 각오를 했지만 생각보다 세다. 풀벌레 소리 때문이었을까. 담벼락 위의 주인 없는 고양이 때문이었을까.


처음부터 그러려던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슴에 박힌 가시 하나씩 뽑아내고 싶어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가시는 서로에게 닿아 아프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쓰고서야 끝을 냈다.


인생 뜻대로 되지 않지만 잘살아 보기로 했다. 그제야 밤잠을 청했다. 칠흑 같은 하늘의 별은 참으로 밝기만 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