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신발장사가 좋으냐 냄비 장사가 좋으냐

엄마 열아홉 살 적에

by 빛해랑

"빛나야 신발장사가 좋으냐. 냄비장사가 좋으냐?"

"엄마 무슨 말이야 헤헤"

"내가 열아홉 살 적에 너희 외할아버지가 그러더구나. "온순아 누구한테 시집가고 싶으냐" 신발장사가 좋으냐. 냄비장사가 좋으냐?"

"엄마가 뭐라 했는데? 지금 아버지는 신발장사도 아니고 냄비 장사도 아닌데.? 큭큭"

"그러게 말이다. 내가 둘 다 싫다고 했더니 니아버지한테 시집을 보냈어 에휴~. 만약에 말이다. 내가 그릇장사하는 집으로 시집을 갔으면 지금보다는 부자로 살았을 거다."

"정말? 그 사람 부자였어?"

" 듣기로는 읍에서 크게 그릇가게를 하는데 장사가 아주 잘된다는 소문이 있었지."

"엄마는 아버지가 가난해서 싫어?"

"싫고 좋고도 없다,. 너희 아버지는 법이 없어도 살만큼 좋은 사람이다. 술 만들어가면 딴 사람이 되긴 하지만 술 안 먹을 땐 아버지보다 좋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때 알았다. 원수 같은 인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엄마의 진심은 다르다는 것을. 어쩌면 아버지에 길들여져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일 수도. 사실은 나도 아버지를 좋아했다. 엄마보다 더 아버지가 좋았다. 살아 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악착같이 버티는 엄마에게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자식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때는 왜 엄마의 사랑이 보이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달랐다. 여섯 지식이었어도 무관심한 엄마와는 다른 사랑을 주었다. "빛나야 아버지 군대이야기 해주랴?" 아버지가 말이야 하루는..." 아버지 인생에서 술만 빼놓으면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술이 맛있어?"

"허허허 술이 맛있냐고? 아니 다"

"근데 왜 맨날 술을 먹어?"

"기분 좋아서 먹고, 또 기분이 안 좋아서 먹고, 또 잊어버리려고 먹지"

"........ "

"간밤엔 내가 실수가 많았냐? 이젠 술 끊어야지 허허허 "

아버지는 "술 끊어야지" 말을 맺지만 말 뿐이었다. 엄마의 인생도 나의 어린 시절도 그렇게 아버지의 가난과 술로 그늘져 가고 있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