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결핍. 반항

사랑이 배고팠다

by 빛해랑

10대에 들어서며 모난 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라곤 없던 내가 반항이라는 것에 맛을 들이니 걷잡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불만이었고 엄마의 심사를 뒤집어 놓는 일이 내 할 일인 양 삐딱했다. 결핍 때문이었을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서야 어렴풋이 나를 이해했다. ‘청개구리’ 그 무렵 내 별명이었다. 뭐든 반대로만 하는 아이, 부모 말 안 듣다가 돌아가신 후에 땅을 치고 울었다는 청개구리가 나였다. 엄마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밉기는 했어도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자석의 다른 극처럼 서로를 밀어냈다. 나는 엄마를 이해하기 싫어했고 엄마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집 꼴이 이게 뭐냐” “어른들이 일하고 들어오면 깨끗이 청소도 해놓고 그래야지 하루 종일 집에서 잠만 잤냐?” 엄마의 빈정대는 듯한 말투가 싫었다. 엄마가 바라는 건 무엇이 되었든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입을 닫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좋아하는 배우를 벽에 붙여놓고 혼자서 공상의 나래를 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아버지는 그때 어디에 있었을까? 우유 부단 했던 아버지는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나를 외면했다. 유일하게 의지 했던 아버지 마저 나를 청개구리 취급했다.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그날도 엄마와 티격태격했다. 엄마의 염장을 지를 심산으로 밤늦도록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집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배회했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이 점점 늦어지니 식구들 하나둘씩 "빛나가 안 보인다? 어디 갔냐?" 나를 찾는다. 그중 엄마의 튀는 목소리가 또 마음을 후빈다. "이놈의 가시나 들어오기만 해 다리몽둥이를 분 질러 놀 거야" 조용히 마당한쪽 지붕 위로 걸쳐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앉았다. 엄마에게 이미 빗자루로 맞아본 경험이 있기에 진짜 내 다리를 절단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붕에서 식구들이 나를 찾는 모습이 어찌나 통쾌하던지 무서움도 잊고 버티고 있었다. 얼마가 지나자 언니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빛나 지붕에 있어" "야 너 빨리 내려와"너 찾느라 난린데 거기서 일부러 숨어있냐?" 난리 칠 줄 알았던 엄마가 갑자기 입을 닫고 조용해지자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내려왔다. 밥도 굶은 채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잠결에 엄마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빛나 밥은 먹고자냐? 하루종일 싸돌아다니기고 밥도 안 먹고 자네"


당시의 전지적 내시점에서 보자면 엄마는 나를 좋아해 주지 않았다. 내 마음 안에서 그런 엄마는 늘 부재중이었다. 엄마는 있는데 엄마가 없었다. 엄마와 잘 지내기가 왜 이리 힘들까? "엄마는 나를 진정 사랑하기나 할까? "어린 내가 품었던 의심 가득한 질문이었다. 지금은 나도 딸을 키우는 엄마다. 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왠지 자신이 없다. 그래서일까. 딸 역시 반항아다. 결핍은 반항을 부르나 보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