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영상 4도. 참으로 이상한 날씨이다.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야기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과연 현실을 압도하는 이야기가 존재하는가,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현실은 더욱 이야기와 같다.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욱 비현실적이다. 두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가 난민이 되어 바다를 표류하다가 어부에게 구조되었다. 억울한 무고를 끝내 밝힌 것은 정의가 아닌 진짜 유죄의 등장이었다. 연고자가 무연고자가 되어 무연사를 한다. 많은 아이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야욕이 태운 전쟁의 불길 그것을, 네트워크에 걸린 인류는 관망한다. 가열되는 지구는 어느덧 인류에게 잊힐 땅, 하나의 작은 행성이 되어 가고 있다. 나는 그 인류의 하나로 존재한다. 도무지 만들어 낼 수 없는 이야기가 도처에 실재한다. 극한의 극악, 충격과 비애, 동의할 수 없는 자극. 이야기는 한 장의 미메시스일까, 아니면 인류의 부산물일까.
그러나 이야기는 또 다른,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는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을 염원하게 한다. 1865년, 한 남자가 사람을 대포로 쏘아 달로 보냈다. 1965년, 사막을 걷던 한 남자는 끝내,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 거대한 우주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인류는 이야기를 따라 1969년, 마침내 달에 도달하였다. 이야기는 호기심이란 단장을 짚고 선 선구자의 자취처럼 걸었다. 인류는 그 뒤를 부지런히 좇았다. 그렇다면 먼 인류는 혹여 1982년 어느 영화가 그려 낸 디스토피아 속을 살아가게 될까.
이야기는 현실이 되고, 현실은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 궁금하다.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며 나는 언제나 묻는다. 이야기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오늘의 추천곡입니다.
Kai Schumacher의 Processional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