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영상 8도. 날이 흐리다. 움이 돋았다.
눈,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나는 카메라 뷰파인더 앞에 서면 오로지 그 눈을 바라본다. 피사체의 눈, 그것은 어느 누구도 결코 꾸며 낼 수 없는 유일한 무언가, 그리고 현상 너머의 자연이다. 그 안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이 소용돌이친다. 그 안에 분명 빼앗길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눈,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감으나 뜨나,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피사체의 눈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면 그 생生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그 부름을 따라 개체의 엉긴 숲을 거닐다 보면 일순간 거대한 황홀을 대면한다. 그것은 누구도 알 수 없던 가장 아름다운 얼굴. 나는 그때에 셔터를 누른다.
글, 그 또한 아무리 감추려 하여도 도무지 숨길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이자 현상 너머의 자연. 글은 모두 다른, 하나의 얼굴, 고유의 개체로 존재한다. 글, 그 또한 참으로 이상하다. 작은 문장들이 나를 응시한다. 나는 글의 얼굴을 한없이 바라본다.
오늘의 추천곡은
Kirill Gerstein의 6 Romances, Op. 4: No. 3, In the Silence of the Secret Night (Arr. Kirill Gerstein)입니다.
2월 29일 생일을 맞이한 분들, 생일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