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영상 1도. 맑고 어둡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의 목소리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안에 엄마의 목소리가 있다. 내 안에 할머니의 목소리가 있다. 내 귀에 들려오는 삼대三代 의 울림 속에서 생각해 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어린아이의 걸음 속에서 제 아버지의 걸음이 보인다. 어린아이의 작은 등에서 제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인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원히 이별하여도 결코 이별할 수 없는 것, 그것이 가족일까. 굳은돌처럼 부인하여도 한사코 도려낼 수 없는 것이 가족일까. 보지 않았어도 배우지 않았어도 들리고 느껴지는 무언가, 그것이 가족일까. 시퍼런 칼날처럼 서로에게 혹독하고 매정하여도 결국은 골수에 사무치는 회한과 슬픔에 못 이겨 제 스스로를 홀로 타박하고 벌하는 그것이, 가족일까. 수치와 모멸 속에서 영원한 결별을 고해도 종내 차마 먼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마는 것이 가족일까. 까마득한 중에도 끝내 잊을 수 없는 연緣이 가족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서로서로 발소리가 닮았다. 잠든 모양이 닮았다. 근심하는 얼굴이 닮았다. 무심결의 모습이 닮았다. 숨소리가 닮았다. 그림자가 닮았다. 가족의 파편이 육신과 의지, 정신과 미지의 시간 깊은 곳까지 곳곳에 새겨져 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까지 내려가 있는지 모를 뿌리를 지닌 고목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옹이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다르나 같고, 같으나 다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헤어져도 헤어질 수 없는 그것이 가족이 아닐까요.
오늘의 추천곡은 Gabríel Ólafs의 Fantasía (feat. Steiney Siguðardótti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