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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 너마저

by 자주적인 결정 중 Feb 22. 2025




최고로 힘든 순간을 간신히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더한 상황이 오고, 그 험준한 산맥도 간신히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더 큰 산이 날 기다리고 있기도 하더라.


어느 토요일 밤늦은 시각에 교회에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어. 10년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야. 예배 끝나고 만나자고 하기에 좋다고 했지. 그런데 있지, 다음날 만나자마자 요즘 교회 모임에는 나가고 있는지를 다짜고짜 묻더라. 마치 내가 교회 모임에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야. 만나자마자 호구조사 하듯이 물어보는 게 이상하게 여겨져서 ‘왜?’하고 되물었더니, 얼버무리더라고.


“직장에서 사이비 종교 집단인 듯한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사람에 대한 환멸이 느껴져서 교회 모임 안 나가고 있어.”


되돌아온 답변이 뭐였겠니? 네가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던 순간에 보인, 눈동자가 커지고 입이 벌어지던 그 반응이 아니었어. 하물며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그 종교집단 일원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경악할만한 소재거든. 요즘 애들 말로 ‘발작 버튼’이라던가. 그런데 그 자매는 그러더라.


“그래요? 요새는 그 조명석 교주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종교집단에 속해있다는 것을 밝히고 다니던데요.”


그런 후에 바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야. 점점 그 자매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만 가는데, 나 대신 킹핀을 넘어뜨려 주더라고. 공을 정중앙으로 굴려서 말이야.


“언니, 저는 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상담을 받고 있는데, 언니는 상담받아본 적 있어요?”


대단한 우연의 일치이거나, 아니면, 내가 심리상담 센터에서 상담받고 있는 것을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화제를 꺼내는 사람의 입을 막고 심리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는 게 그냥 생각해도 부자연스러운 상황인 거 맞지?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내가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일까? 그리고 왜 나의 아픈 부분을 대놓고 쿡쿡 찌르는 것일까? 내가 상담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신뢰하는 두 분의 동료 선생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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