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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이유

by 눈물과 미소



그 자매를 알고 있는 모든 교회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만, 일단 참기로 했어. 첫 번째 이유는 나의 말이 오히려 교회 공동체에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어. 우리의 말은, 너무도 불완전하잖니. 사랑이라는 숭고한 감정조차 말이 되어 나오는 순간 속절없이 가볍고 또 공허해지는데, 하물며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멋지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내가 한 말들이 나를 지켜주기는커녕 나의 진정성이나 성품 자체에 대한 의구심의 눈초리가 되어 돌아온다면, 나는 정말 견딜 수 없는 슬픔에 휩싸일 테니까.


게다가 마침 이웃 돕기 사역을 준비하는 기간인데 나에게 있었던 일들에 대한 ‘말’의 충격으로 인해 사역 자체가 힘들어지면 안 되잖아. 빌립보서 1장 18절에 보면 ‘겉치레로 하나 참으로 하나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 하는 구절이 나오거든. 그 자매가 선교팀에 소속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대놓고 조명석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까, 자신이 누구를 예수라고 믿으며 열심을 내든지 간에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해지겠지.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역사한다면.




두 번째 이유는 나의 이야기를 듣거나 전해 듣는 모든 사람 중에 혹시나 그 자매와 같은 집단에 소속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어. 그러면 그 사람들은 더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달려들어서 날 잡아먹으려고 안달을 내지 않겠니. 안 그래도 난 많이 시달려왔고, 그래서 충분히 심신이 고단한 상태니까.


그래서 그냥 입을 다물고, 사람들로부터는 조금 거리를 두기로 했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분노와 좌절감이 고요한 슬픔으로 바뀔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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