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실을 동네방네 사방팔방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배신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거든. 그 자매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생일일 때,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울 때 나는 전심으로 그 자매를 위해서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었는데,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는 걸까. 물론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일들은 아니지만 말이야. 배신감보다는 충격과 공포의 감정에 더 가까웠던 것 같긴 하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휴대전화를 부여잡고 전도사님께 전화를 드렸어. 나의 상황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기도 하고, 교회 차원에서 뭔가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해서.
“전도사님, 전에 조언해 주신 대로 상담받는 중인데요, 혹시 제가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교역자 분들께 말씀하신 일은 없으시지요?”
“네, 그런 일 없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실은 제가 학교에서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심지어 우리 교회 청년팀의 어떤 자매가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는 일마저 있었어요.”
한참 하소연을 하는데, 갑자기 수화기 건너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아니겠니?
“아니 자매님, 자꾸 이 사람 저 사람 의심하지 좀 마시고,... 사방에 우겨쌈을 당한 뭐 그런 상황 아니니까.”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 내가 이렇게 심각한 공격을 전천후로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내가 신뢰하고 있는 사람, 심지어 교회의 교역자로부터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된 말이 아니어서. 한동안 말이 안 나오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처리할 시간이 필요했지. 간신히 말을 이었어.
“전도사님께는... 제가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사람들을 의심하고 있는 상태로... 보이시나요?”
약 2초간의 정적을 깨고, 전도사님의 낮지만 힘주어 말하는 음성이 들려왔어.
“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교무실로 올라오는데, 계단이 아주, 아주 높게 느껴지더라. 한 시간가량 지났을까, 아까의 괴상한 전화 통화에 대한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지. 이것 좀 봐봐.
나: 뭔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정신 차린 기분입니다. 하긴 그 사람들이 모두 사이비 종교 단체 일원인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저를 어찌할 수 있을까요. 피로감을 더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전도사님,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전도사: 자매님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
어때, 정말 이상하지? ‘피로감을 더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라는 말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피로하다뇨. 아닙니다.’ 뭐 이런 거 아니냐고.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니 정말? 환장하겠더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