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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한 손님

by 다움

아침 조깅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인생에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할 생각도 안해본 운동이다. 마음도 가뿐해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걸로 골랐다. 예전에 나는(20대 때의 나 지금으로부터 6년 전쯤?) 다들 한 번씩 시작해본다는 pt를 신청하러 갔다가 나의 패기넘치는 용기로 1년짜리를 끊었고 딱, 3번 갔다.

피트니스에 가기 전 날부터 마음이 무겁고 어떻게 하면 안 갈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그 후 나는 운동을 가지 않았다. 회사 일로 안그래도 힘든 나에게 더 힘든 일을 주는 것 같은 자기애가 거기서는 또 폭발했다.


이런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 우울함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있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나와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뛰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알차니 괜스레 기분도 좋았다. '이 참에 건강한 음식도 챙겨먹고 운동도 하면서 아주 건강한 부부가 되어 보자!' 며 남편과 함께 다짐했다.


식단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먹는 사과라던지 ABC주스라던지 해독주스라던지 그런 좋은 음식을 먹어보자 싶었다.


응. 역시 안되더라. 갑자기 사람이 변하면 안된다더라.


한 두달은 했지만 그 이상은 역시 쉽지 않다. 나 라는 인간, 나에게 너무 자비롭구나.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아픔이 무뎌지고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던 어느날, 문득 아랫배의 알싸함을 느꼈다.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유산 후 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임신테스트기를 꺼냈다. 그렇다. 나는 다시 임신을 할 수 있었다. 나를 누가 풍선에 매달아 공중에 띄운다면 이런 붕뜨는 기분일까. 가슴이 뭉글뭉글진 채 다급하지만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다.


'여보 우리, 다시 아기가 생겼어...!'


임신 22주가 지나도록 우리는 어떤 아기 용품도 옷도 사지 않았다. 태명도 지어주지 않았다.

겪었던 아픔이 또 올까봐, 또 다시 보내야 할까봐 두려웠다.


나도 모르게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 임신 기간 동안 내 마음이 편했던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혹여 나를 떠날까 싶어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난 겁쟁이 예비 엄마였다.


엄마가 뱃속의 아기는 복덩이라고 한다. 유산을 한 내가 더 슬퍼하기 전에 찾아와 나를 품어준거라고.

그 말이 내 마음 속에 와닿았다. 소중한 아기, 이번엔 꼭 지켜주고 싶었다.


외국에 있는 엄마는 혹여 딸이 혼자 울까봐, 외롭게 있을까봐 매일 같이 영상통화를 걸어 나의 안부를 확인하시고 복덩이 안부를 물으셨다. 그렇게 하루, 한 달, 몇 개월이 흘러 만삭의 몸이 되었다.


내 배를 뻥뻥 차는 아주 당찬 녀석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몸의 변화와 아기의 성장을 적어놓은 책이 있었는데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책을 펼쳐 아기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확인했다. 뱃 속의 아기가 얼마나 어떻게 자랐는지, 나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너무 궁금했던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가끔 새벽에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면 남편은 번개같이 일어나 내 발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 눈을 비비며 이렇게 빠르게 다리의 쥐를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본인이 과거에 축구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라며 다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라며 웃으며 다시 잠드는 남편의 볼을 쓰다듬었다. 참 이쁜 사람이다.


그리고 36주 5일, 나는 응급 제왕으로 뱃속의 아기를 만났다.


'환영해, 우리 복댕아'



<오늘의 식탁> 소고기뭇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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