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우리 부부는 파워 J 계획형, 저녁에 눈을 감기 전 내일 하기로 한 일을 한번 더 상기하며 잠에 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기로 한 일을 곱씹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 것이 일이던 여행이던 휴식이던 모든 것은 계획에서 시작된다.
아기는 연초에 태어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한다 부터 영양제,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 아직 갖지도 않은 아기가 이미 태어난 듯 우리는 계획을 세웠고 이런 계획이 난 퍽 즐거웠다.
그저 신이 났다.
우린 아기를 갖게 되었다.
생각했던 연초에 태어날 수 있도록,
주말마다 우리는 아기 옷도 구경하고 베이비페어라는 새로운 세계에도 가보면서 매일매일이 조금은 들떠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회사에 갔고 난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갔다.
예약한 아침 시간에 맞춰 진료실 앞에 앉아 발을 콩콩거리며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얼마나 컸으려나, 남편에게 어서 초음파 영상을 보여줘야지'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가 초음파를 시작했다.
아주 짧은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의사선생님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기의 심장이 뛰지 않아요.
이유나 어떤 상황으로 그런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산모님의 잘못은 아니에요..'
난 임신 17주에 유산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의사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들은 건지 되물었고 사실을 받아들인 후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신부인과 간호사님도 부모님도 형제도 나를 달래주셨지만, 달래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찾느라 내 마음도 눈물도 바빴다.
나를 달래지게 한 사람은 내 남편이었다.
더 슬퍼하고 더 아파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땐 나에게 끝이 난 듯한 모든게 무너진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을 수도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 아픔이었다.
<오늘의 식탁> 간장계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