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직서
21년 여름,
나는 힘들게 들어간 외국계 기업에 사직서를 냈다.
나름 나 자신의 현재상황에 만족하며 이정도면 열심히 살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칭찬했던 회사였다. 나는 학교에서 물어보는 나의 장래희망을 적는게 힘들었던 아이였다.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어려웠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갔고 그렇게 졸업을 했다. 되고 싶은 멋진 직업은 없었지만 부모님께 딸 자랑을 할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디가서 부족하다는 소리는 듣지말게하자 싶었고 사회 구성원으로써 꽤나 열심히 살았었다.
그리고 28살, 결혼을 했다.
이 사람, 나랑 잘 맞는데? 싶었는데 눈 떠보니 결혼식장이었다. 천생연분 사주라며, 엄마는 하나있는 딸이 결혼한다고 하니 어디서 또 사주를 보고 오셨다. '다행이다 그래도 천생연분이라, 엄마 걱정은 좀 덜어드렸네..'
그런데 정말 천생연분이다. 좋아하는 음식도 여행 취향도 보고싶은 장르물 영화나 드라마도 뭐이리 다 비슷한가 신혼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함께했다. 함께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우리는 1년, 2년이 흘러도 2세에 대한 이야기는 좀 처럼 하지 않았다. 서로 피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있었던거지..
어느 금요일 저녁, 불금을 보내자며 각자 칼퇴를 다짐한 날 저녁이었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무얼 먹으면 좋을지 열심히 고민하며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나를 거실 소파에 앉혔다.
'나 할말 있어!'
'응, 뭔데?'
'우리 아기 가지자.'
'응.그래. 응???????????'
결혼 생활 3년 차에 접어드는 해에 남편은 나를 앉혀두고 이렇게 다짜고짜 본인의 확신을 말했다.
벙 찐 나와 달리 눈이 반짝이는 남편의 얼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우리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길, 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오늘의 식탁> 김치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