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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채 Mar 31. 2024

환대를 알아보는 법

2024년 3월 4주 차

 김영하 작가님의 이메일 구독 서비스인 '영하의 날씨'에서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이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환대 의례'라는 내용의 글을 받았다. 이에 대해 작가님은 '환대'와 '적대'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지나고 나야 더 깊게 알 수 있지만 그 당시에 느껴지는 것도 있다. 무뚝뚝한 환대, 제주에서 자주 느낀다.


 나는 주로 여행을 혼자 다니는데, 혼자 다니게 되면 옆에 누군가 있을 때보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움직임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혼자라서 더 관찰하게 된다기보다는 옆에 타인이 있을 때는 그 감각이 좀 떨어진다. 몇 년 전 제주 여행기에 그런 내용을 쓴 적 있다. 도시 사람들은 말씨가 부드럽고 상냥하지만 딱 그 정도의 예의인 경우가 많고 제주 사람들의 말투는 투박해 보이지만 그 안에 따스함이 담겨 있다고 썼었다.


 그 차이를 무엇을 통해 느끼고 있었을까? 행동? 아니면 그 문장 속에 담긴 속뜻을 읽어내서? 차이를 느끼는 요소를 딱 하나만 꼽을 순 없지만 지금 생각해 봤을 때 가장 큰 차이는 '귀찮음의 표시'인 것 같다. 아무래도 도시는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다들 분주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뭔가를 요청하거나 부탁을 했을 때 돌아오는 말씨는 상냥하지만 그 안에서 가끔 귀찮음의 기색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어서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제주는 언뜻 보면 나한테 무관심한 듯, 자기만의 속도로들 움직인다. 내가 지금 뭘 부탁해도 되는 건가? 가끔 불러도 대답이 시큰둥할 때도 있다. 그런데 돌아오는 도움의 손길은 풍족하다. 내가 타지 사람이라 놓쳤지만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까지 챙겨준다. A를 요청했으니 A까지만 해줘도 상관이 없을 텐데 B, C까지 해주는 그 손길.


 어쩌면 나는 제주를 좋아할 수밖에 없나 보다. 얼마 전에 친구들하고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 적 있는데 나는 그중 하나가 앞뒤 다른 사람이었다. 차라리 앞담을 하면 몰라도, 앞에서 좋아하는 척해놓고 뒤에서 뒷담 하는 걸 싫어한다. 물론, 나도 뒷담을 종종 하지만 적어도 앞에서 적당한 예의를 차리는 정도이지, 좋아하는 티까지는 못 낸다. 그러니 오히려 앞은 무뚝뚝해 보여도 속은 따스한 제주를 좋아하는 게 이런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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