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주 차
사실 나는 벚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막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새내기라는 설렘과 드디어 성인이 되어 한강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그 기대감이 합쳐져서 벚꽃 시즌에 여의도 가는 걸 한 때는 좋아했지만 아무래도 벚꽃을 좋아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조금 구구절절하다. 일단 분홍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분홍분홍'한 느낌도 싫어한다. 아무래도 '벚꽃'하면 분홍색, 봄날의 설렘, 분홍분홍한 분위기 등 그런 키워드들이 딸려오기 마련이고 왠지 샤랄라 한 옷을 입고 벚꽃을 보러 가서 수줍어해야 할 것 만 같은 그런 느낌. 이 모든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왠지 억지로 설레어해야 할 것만 같아서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다.
그 대신, 제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보랏빛 꽃이 피어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이름은 무꽃 혹은 갯무꽃. 사실 무꽃과 갯무꽃의 큰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제주에 피는 이런 무꽃을 갯무꽃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시기에 유채꽃과 함께 피는 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채꽃만 피어있는 들판보다는 이 갯무꽃과 함께 어우러져서 피어있는 풍경이 더 예쁘다. 무꽃의 꽃말은 계절이 주는 풍요. 갯무꽃의 꽃말은 바람 같은 삶, 바람 같은 자유로운 삶. 무꽃 꽃말도 예쁘고 제주와 잘 맞지만 갯무꽃의 꽃말이 좀 더 제주와 어울리는 듯하다
바람 같은 삶이라고 하면 문득 덧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제주의 바람을 생각해 보면 덧없지 않다.
가끔은 모래바람을 일으켜 눈을 따갑게 하기도 하고,
가끔은 비바람을 몰고 와 우산을 든 게 무색하게 하고,
가끔은 몸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밤바람에 휩쓸려 갈까 무섭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땀을 식혀주기도 하고,
맑은 바닷바람을 몰고 와서 상쾌하게 해 주고,
그렇게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을 맞다 보면 머릿속까지 깨끗하게 해 준다.
바람 같은 제주에서의 바람 같은 생활 그리고 갯무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