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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채 Apr 21. 2024

10대의 나에게

2024년 4월 3주 차

 이번 독서모임 주제로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도 청소년 소설을 잘 읽지 않았기에 청소년 소설이라니 꽤 생경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이 고등학생이다 보니 나의 학창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개성 있다는 소리를 꽤 듣긴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10대 때의 나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기에 여전히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어릴 때 보고 듣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깊이 남아서 이리 오래도 가는 걸까. 아무튼 지금의 나보다 10대의 나는 꽤 평범했다는 얘기다.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고 문제를 일으킬 일은 절대 없는 학생이었다. 수업시간에 졸지도 않고 딴짓도 않고 조용히 수업을 열심히 듣는 학생이었으며 숙제도 안 해올 일은 없으며 공부도 성실히 하고 친구들도 문제 일으키지 않는 친구들과 소소한 듯 재밌게 보내는 학생이었다. 그렇다고 나서서 반장을 한다거나 학급행사를 주도한다거나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하거나 반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는 유형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주아주 평범하고 조용 학생이었다는 것.


 역시 학생답게 그 시절 가장 큰 고민은 성적과 대학 진학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는 대학 입시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던 시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도 하고. 내가 입시에서 무너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던 시기였다. 그럴 때면 주변 어른들이 해주던 조언은 '세상 살아가다 보면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다, 더 힘들고 큰일들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이런 말을 해준 의도는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그저 공부에 집중하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그다지 힘이 되는 말은 아니었다.


 독서모임 마지막 질문은 '1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였다. 요즘 10대들을 접할 일이 없다 보니 요즘 10대들의 감성을 잘 모르겠어서 어떤 조언을 해주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 대신 1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게 됐다. 10대를 지나 20대를 다 지났고 여전히 어리다면 어리다고 볼 수도 있는 나이지만, 나름 이런저런 일들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든 생각은, 그 시절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조언은 여전히 별로라는 거다. 내 10대 시절 주변 어른들이 말한 것처럼 세상 살아가다 보면 더 힘든 일이 많을 거라는 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때의 고민들이 가장 큰일이라는 건 변치 않는다. 나는 힘든데 그거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더 괴로웠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더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럼 내가 이렇게 힘든 것들은 다 헛된 걸까? 내가 엄살을 부리는 건가? 이게 별 게 아닌 거라면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것인가? 그러니 10대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든 거, 힘든 거 맞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가다 힘든 순간이 있을 때마다 힘든 것들을 스스로라도 인정해 주고 힘껏 힘들어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라고. 그러다 보면 그 순간을 이겨낼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당장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서 배워나가면 되는 거고 결국 뭐가 됐든 모든 경험은 다 나의 것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시간을 거쳐서 미래의 너는 충분히 단단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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