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주 차
듣고 싶은 수업이 있어서 학원에 등록을 하고 드디어 첫 수업을 들었다. 오랜만에 강의를 들으니 대학 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강의 듣는 거 참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강의 듣는 느낌 너무 좋았다. 심지어 그 주제가 좋아하는 거라 너무 좋았고,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딥하고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허투루 한 게 없다는 걸 알게 돼서 뿌듯했고, 앞으로 잘 해내고 싶고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마음들 때문에 벅차올랐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하는 기분이란 정말 좋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매일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좋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어쩌면 후회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거까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이야말로 정말로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움과 어떤 후회가 있을지라도 다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마음.
이번 주에 같이 지내던 친구가 육지로 떠났다. 내가 제주를 제일 먼저 떠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제주살이 연장을 했고 떠나는 사람 첫 타자는 그 친구가 됐다. 서핑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다시 올 거 같은 사람과 아닌 사람 혹은 언젠가 다시 만날 거 같은 사람과 앞으로 만나지 못할 거 같은 사람이 대략 보인다. 다시 만날 거 같은데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만나지 못할 거 같은데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나도 여기의 다른 친구들도 이제 제주 살이의 데드라인이 정해졌다. 이미 만났을 때부터 내심 알고 있던 부분이다. 여기는 잠시 머무는 거라 곧 헤어지지만 그 짧은 사이에 많이 정들 거라는 걸. 그렇기에 육지로 떠난 그 친구는 여기서 사람들과 이렇게 정들면 안 된다고, 그러면 안 됐다고 말했다. 근데 그게 머리로 생각한다고 될까? 이러저러한 숱한 이별들을 겪으며 처음에는 이 커다란 아쉬움과 속상함을 어찌 처리해야 할 바를 몰랐는데 그런 많은 순간들을 거쳐서 깨달은 게 있다. 그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때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마음껏 슬퍼하면 된다. 이런 마음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냥 어찌할지 모르는 채로 동동거리면 된다. 나는 제주에 내려오면서부터, 그리고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 알고 있었다. 그전에 여행으로 잠깐 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정이 들 거고 그만큼 헤어짐의 순간에 비교도 안 될 만큼 슬플 거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을 다해 기꺼이 정들 수밖에 없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어떠한 순간이든 그에 수반되는 모든 순간들까지 받아들이고 기꺼이 온 마음을 다하겠다는 거야말로 진정 좋아하는 마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