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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들 Jun 09. 2024

San Ginés

관광객에게, 그리고 현지인에게. 명실상부 마드리드 최고의 츄레리아.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할 음식 중 하나, churros. 그리고 마드리드가 일정에 끼어 있다면 당연히 계획할 to-do list에 포함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츄레리아, 바로 San Ginés(산 히네스) 되시겠다.


무려 1894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츄레리아답게,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의 대기를 자랑하는 이곳은 스페인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며(실제로 타 지역에 사는 스페인 친구가 마드리드에 놀러 와서 꼭 가보고 싶다 했을 정도), 사실상 브레이크 타임 없이 운영되는 거의 유일한 츄레리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익숙한 츄로스는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놀이동산에서 파는 직선형 튀김에 설탕과 계피를 듬뿍 묻힌 버전인데, 사실 스페인의 정통 츄로는 전혀 달지 않은 튀긴 밀가루 반죽을 되직한 코코아와 녹인 초콜렛 그 중간 어딘가 즈음의 초콜렛 음료 혹은 초코 딥이라 할 수 있는 taza de chocolate에 찍어먹는 음식이다.


사실 츄로는 한국인에게 매우 놀랍게도 스페인의 전형적인 아침식사이며(아침부터 튀김을요?), 일요일 아침은 아빠가 사 온 츄로스와 함께 여는 것이 많은 이들의 리추얼과 추억이라 할 만큼 전형적인 아침식사 메뉴라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정통 츄레리아는 새벽 5-6시경 영업을 시작해서 1시경 - 그러니까 스페인의 아침식사 시간까지 - 영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예외적인 산 히네스는 관광객들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엄청난 수요를 감당해 주기 위해 연중무휴 24시간에 가까운 영업시간을 유지해주고 있는 것뿐. 사실 스페인 사람처럼 경험을 누려보고 싶다면, 동네의 오래된 정통 츄레리아를 아침에 방문해 커피 한 잔과 함께해 주는 것이 더 적합하다.


갓 짠 오렌지주스, café con leche, churros, porras, 그리고 taza de chocolate


보통 “츄로스”만 익숙해서 주문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저 통통하게 생긴 친구들은 porra라고 불리는 츄로 사촌이다. 중국식 콩물인 또우장에 찍어서 아침으로 먹는 요우티아오와 비슷한 느낌(그것보단 홀쭉하지만)처럼 통통하고, 요우티아오보다는 조직감이 있고, 츄로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이다. 통통한 만큼 기름을 더 많이 먹어서 느끼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조직감에 기포가 많아 커피든 초코든 더 많이 쫙쫙 빨아들여 맛을 잘 내주는 장점도 있다. 보통 churros + porras 콤보로 섞어서 주문할 수도 있고, 개별 주문도 가능하니 한 번쯤은 시도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현지의 맛잘알 할머니, 아주머니들께서는 많이들 café con leche에 설탕을 넣어 찍어 드시기도 한다. 초코를 별로 안 좋아하거나 초콜렛이 너무 달다고 느껴진다면, 믹스커피에 에이스 과자 찍어먹듯 현지인 따라 커피에 찍어먹어 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일 듯하다.


사실 산 히네스는 분점이 한 군데 있다. 관광지와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굳이 츄레리아를 가기 위해 일부러 올 곳 까지는 아니지만, 여기서는 웨이팅으로 인한 고통은 어느 시간에 오든 겪을 이유가 없으며(대신 시에스타 브레이크타임은 있다), 정말 현지인들의 츄레리아라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동네 주민들이 좋아하는 베를린 공원(실제로 베를린 장벽도 있다)과 국립 음악당(Auditorio Nacional de Música),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Estadio Santiago Bernabéu)에서 아주 멀진 않으니 현지인의 분위기도 느끼고 줄 안 서는 산 히네스를 가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l Corte Inglés Serrano 카페의 츄로스


마무리로, 무조건 츄레리아는 튀기자마자 먹을 수 있는 것이 최고라는 나의 경험상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츄로스는 사실 El Corte Inglés의 카페에서 주문했던 츄로스였단 바를 밝힌다. 아무래도 주문한 이후로 튀겨서일 수 있을 듯. 단, 여기는 초콜라테가 포함은 아니니 따로 주문해야 한다는 점. 백화점이지만 스페인답게 가격대가 너무 높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으니, 엘 꼬르떼 잉글레스의 카페나 푸드코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여행 중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l Corte Inglés와 지점별 카페테리아에 대한 짧은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 기약하며.


San Ginés (다운타운): https://maps.app.goo.gl/NPs97knr78SVjJGQA

San Ginés (분점): https://maps.app.goo.gl/8z1Qe6Rhr9hvzT4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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