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어르신의 잔존기능 유지를 위해 빨래를 갠다거나 콩나물을 다듬는 간단한 일을 하면 좋다고 해요. 인지장애가 있는 어르신의 경우 일상생활과 관련된 행동도 안 하게 되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반복 행동으로 기억을 상기시켜 드려야 해요. 모든 걸 다 해주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혹시 내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재가요양보호사가 귀찮은 일을 시킨다고 하신다면, 좋은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니 한번 더 지켜봐 주시거나 직접 물어보시면 어떨까요.
이번엔 이상교 글, 밤코 그림 < 멸치 다듬기>를 어르신과 함께 보았어요. 이상교 작가님의 재미있는 시와 밤코 작가님의 귀여운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어요. 아빠와 아이가 국수에 넣을 멸치를 신문지 위에 가득 쌓아놓고 다듬는 내용이에요.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반복 문장이 재미있으셨는지 살짝 웃음을 보이시기도 했어요. 그 모습에 전 더욱 신이 나서 '대가리 떼고 똥 빼고'를 외쳤지요. 어르신도 저도 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신문지에 수북이 쌓인 멸치들은 신문지를 배경 삼아 여행을 다닙니다. 하지만 결국 뜨거운 국물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안타까운 멸치들의 운명...덕분에 주인공 가족이 국수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요.
어르신도 멸치 다듬어 국수 삶아 먹던 때를 떠올리며 즐겁게 보신 것 같았어요. 몸이 불편하셔서 음식을 직접 만들진 못하시지만 그 기억은 갖고 계시지요. 어르신은 그림책 속 가족들이 국수 그릇째 들고 국물까지 마시는 장면을 좋아하셨어요. 저는 멸치의 신문지 속 여행 장면에 즐거워했답니다. 이렇게 같은 그림책을 봐도 서로 다른 장면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는 점이 그림책을 함께 읽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달라서 더 풍성해지는 그림책 함께 읽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