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오리발을 신었다. 누르는 힘이 필요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했다. 추진기를 단 듯 빨라진 속도에 기분이 좋다. 어제 내내 무거웠던 마음이 무색해진다. 내가 그리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수영을 배우면서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며 걱정이 많은 나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수영을 배운 지 이제 6개월째다. 오래전에 잠시 배운 적이 있지만 어설프게 조금 하는 정도라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는데 이제야 배우게 되었다. 자유영 숙련과 배영을 배우는 기초반 프로그램을 수강하면서 - 예전에 배영까지는 어설프게 배웠는데 내게 딱 맞는 과정이 없어서 - 혹시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가, 그러면 왠지 손해일 거 같아 염려가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수업을 통해 어설프고 잘못된 나의 영법을 고칠 수 있었고, 막상 강습을 받아보니 체력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그 과정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괜한 자만을 부렸던 거다.
자만과 더불어 옹졸함 또한 불편하게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사물함을 이용할 때 인접한 사물함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을 열어 놓거나 내 사물함 앞에 서 있을 때 왠지 나의 권리를 침해당한 것 같이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영복을 갈아입을 때 머리도 감아야 한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에 오늘 아침에 감았다고 둘러치면서 괜한 오지랖을 탓하기도 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에도 천천히 수영복을 입으며 샤워기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배려심이 없는 그의 모습에 원망 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수영할 때 나의 앞사람이 늦게 가서 나의 진로를 방해할까 봐 경계하는 마음도 종종 일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수영장에서는 이렇게 옹졸하고 마음의 일렁임이 많았다. 그 불편함에 수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다행히도 ‘시간’이라는 해결책이 있어서 지금까지도 수영을 배우고 있다. 수영장이 익숙해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겨 다른 사람들의 오지랖 섞인 조언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강습을 받을 때도 앞사람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여유도 생겼다. 물론 아직도 부진하여 선생님의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배운 것을 되새기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르침을 터득하는 희열도 느끼기도 한다. 배울 맛이 나는 순간이다.
수영장은 오랜만에 접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 세상에서 나타나는 나의 모습도 새로운 모습이었다. 그 낯선 모습을 마주하면서 나는 느낀다. 내 안에 너무도 많은 내가 있음을, 그리고 아직도 마음 단속이 많이 필요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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