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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정 Jun 18. 2024

스웨덴의 건전한 음주문화

정부 주도의 주류 전문 판매점 Systembolaget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6년 하면서 느낀 점은 잦은 회식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주 문화이다.


외국계를 다닐 적에 상사가 주최하는 저녁식사에선 주로 와인과 사케를 마셨고, 또래 동료들과의 저녁 모임에선 소주를 기울이면서 고된 업무로 이어지는 일주일을 버티곤 했다.


별다른 회식이 없는 날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서 맥주 한 캔이나 화요를 사다가 혼자서 과일 안주에 홀짝거리는 날도 꽤 잦았던 거 같다.


이렇듯 술로 일상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 약간의 숙취와 더불어 출근하는 한국에서의 생활과 비교했을 때, 스웨덴에 와서 새로웠던 점은 Systembolaget이라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류 전문 판매점에서만 오전 11시~ 오후 5시 사이에 주류를 판매한다는 사실이다.

주류 판매점은 주말엔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평일에 미리 주말 파티나 식사에 곁들일 와인을 쟁여놓아야 한다. 충동적으로 편의점에 달려가 소주 한 병에 라면을 끓여 먹는 낭만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워 보였지만, 사실 우리가 고달픈 일상을 겪지 않는다면 술을 자주 찾지도 않겠지 싶었다.


물론 시내 곳곳의 레스토랑에서도 주류를 판매하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서 와인 한잔 (약 1.5만 원) 이상은 주문하기 쉽지 않았다.


스톡홀름의 음주 문화를 접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건 이곳에선 회식에 대한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마무리되면 시무식 겸 회식을 소집해서 늦게까지 마시는 술은 임원이나 상사 외 일반 사원들에겐 워라밸을 붕괴하는 불편하고 진 빠지는 자리일 뿐이다. 저녁 6시까지 풀타임 근무 후에 동료들과 최소 이동시간 포함 식사를 마치기까지 두 시간 동안 억지로 상사 비위를 맞추는 농담 따먹기와  냄새가 풍기는 건배사를 외쳐야 하는 독특한 한국의 회식문화는 사라지긴 할지 의문이다.


그마저도 또래 동료들끼리 소주를 마시고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건 한두 번쯤 재미있을 수 있지만, 술 없는 만남에 어색해하는 건 젊은 세대에서도 만연해서 이미 술이 곧 한국의 문화적 특징으로 자리 잡아 있다.


스톡홀름의 상공회의소에서 일하는 친구의 얘기로는 퇴근 후에 동료와의 식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주로 점심이나 오후 커피 한잔의 FIKA라고 불리는 간식 시간에 동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라고 한다. 친한 지인들과 저녁 식사나 주말 파티에 식전주나 와인을 한두 잔 곁들이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 원치 않는 ‘ 술자리가 없다는 게 큰 충격이었다.


이번주 토요일은 스웨덴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Midsommar (여름 중순)이 열린다. 이 날엔 친한 지인들과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는 행사라 스웨덴에서도 이날은 술이 빠질 수 없는듯하다. 다만, 내가 초청하거나 참석하고 싶은 파티에서 편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술을 곁들이는 건 괜찮지 않을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음주 문화는 국민 연금과 의료복지만큼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회식의 개념을 타파하고 가벼운 파티와 어울림 위주로 지인들과의 휴식을 지향하는 문화를 장려해서 평일 내내 직장에만 얽매이지 않도록 일상생활의 복지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알코올이 스트레스를 잊게 만들고, 정신적 위안 또는 즐거움을 준다고 강조하는 미디어의 활동을 제재하고 건전한 일상에서 싱겁지만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 - 예를 들면, 충분한 수면으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고 적당히 일하고 퇴근 후엔 가족들과 취미 활동에 전념하는 - 건전한 일상의 사이클이 우리의 삶에 궁극적으로 깨달음과  집단적 생활에서 얻는 밝은 면 뒤에 어두운 면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해의 경지에 도달하는 힘을 길러준다. 정부는 경제 규모 확대를 위한 생산인구를 길러내는 중요성만큼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는 고민 또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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