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 같은 삶이란
”Worry is a frustrated aspiration to omniscience. “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전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게 내 욕심임을 깨닫는다.
그저 하루, 그보다 작은 순간들로 흘러가는 삶의 여정에서 단순하고 가벼워 보이는 일상은
마치 물에 젖어가는 손수건처럼 수많은 걱정을 흡수해 무겁게 내 마음을 짓누르지만,
그 고통마저 건조한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무덤덤한 감정만을 남기곤 한다.
내 마음속에선 <어린 왕자>의 행성에 핀 꽃 한 송이, 노을 40번, 양 한 마리를 키우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내는 게 그리도 어렵다니.
장미밭을 이루고 별이 수십만 개 있더라도 내 마음에 들어올 수 있는 건
한송이의 아름다움과 별 하나에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내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르도록 단순하고 천천히 스며드는 게 아닐는지.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게으르지 않고, 단순한 일상을 반복하되 반짝이는 경험으로 채우면,
별 하나, 장미 한 송이를 기억하는 하루가 지속되 만족스러운 삶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내는 데는 큰 울타리나 긴 줄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길들인다는 건 그들이 내 곁에 없을 때 슬픔만 안겨주는 것이기에,
그들을 지켜내는 힘은 단지 일상적 관심일 것이다.
양을 묶어놓은 줄이 아니라 장미를 먹어버리지 않도록 지켜내는 한 번의 보살핌이 더해져야,
그럼으로써 양은 내 것이라 칭하는 소유물이 아닌 내 곁에 오래 남아있고 함께하는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