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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야 May 13. 2024

Peter Pan was right. 판타지의 위로

EXIT13

Peter Pan was right. 판타지의 위로  

 
  
 동화를 읽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동화의 메시지가 가슴 깊숙이 울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시작한 취미가 동화의 원작을 다시 읽는 일이다.

 동화의 원작은 때론 2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기도 하고, 

어릴 때 읽었던 기억과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읽는 동화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말했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데르센의 선견지명이 옳았다.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읽은 동화는 

세상에 대한 철학과 통찰이 감미된, 판타지의 위로 같았다.  


 
  
피터팬 원작을 읽었다.   

 피터팬은 후크 선장, 피터팬, 웬디, 팅커벨, 동심의 세계 네버랜드가 인상적이었던 동화다. 

이야기는 네버랜드에 사는 영원히 늙지 않은 모험심 많은 피터팬이

 어느 날 웬디와 아이들에게 나타나 네버랜드에 데려가면서 생기는 모험에서 시작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인 제임스 매슈 베리가 쓴 소설 “피터팬과 웬디”가 원작의 제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은

 디즈니가 작가의 사후 피터팬의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던 아동병원에서 

저작권을 산 후 탄생했다. 

디즈니는 제임스 매슈 베리에게 생전 저작권을 팔라고 권했으나

 끝까지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베리는 저작권을 병원의 인물 개인 이득이 아닌,

 아이들의 치료와 병원 운영에만 쓰여야 한다는 조건으로 아동병원에 기부했다. 

이러한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피터팬의 내용만큼이나 동화적이다.   

   

 피터팬 원작인 “피터팬과 웬디”는 제목 그대로

 피터팬과 웬디 둘이 주인공이며 좀 더 웬디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소설 속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판타지 속 “아이”의 상징이며,

 웬디는 나이가 들어 손녀까지 보게 되는 “어른”과 “엄마”의 현실에 대한 상징이다.

 극 중 웬디 또한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네버랜드의 아이들 중 유일한 여성인 웬디는 

아이들과 피터팬을 위해 기꺼이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돌본다. 

당시의 가부장적 제도와 인종과 성차별이 곳곳에 녹아 있는 소설은 

디즈니의 만화와는 사뭇 달랐다.

 그래서인지 2021년 벤 자이틀린 감독은 

주체적인 여성으로 탈바꿈한 “웬디”의 시선으로

 피터팬을 재해석한 영화를 제작했다.

 감독은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피터팬이 아닌, 

네버랜드를 떠난 웬디의 시선으로

 나이 듦에 대한 놀라움과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피
터팬의 원작 소설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달링 부인도

 비로소 요정들과 산다고 알려진 피터팬을 떠올릴 수 있었다. 

피터팬에 대한 온갖 이상한 이야기들이 돌았다. 

가령 아이가 죽어 천국으로 갈 때면 무서워할까 봐

 피터팬이 어느 정도 가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때는 그런 이야기들을 믿었지만 

결혼도 했고 분별을 갖춘 지금은 그 존재에 의심부터 앞섰다.   

 “피터도 이제 어른이 됐을 나이야.” 달링 부인이 웬디에게 말했다.  

 “아, 아니에요. 피터는 크질 않았어요.”

웬디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덩치도 딱 저만한 걸요.”

 피터가 마음도 몸도 자신과 똑같다는 뜻이었다. 

그런 걸 어떻게 아는지 웬디 자신도 몰랐지만 그냥 저절로 알았다.〞  


   

 원작자인 제임스 매슈 베리는 원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은 상황 속에서 얻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환상적인 이야기, 

일찍 세상을 떠난 형에 대한 추억, 

자식을 잃은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애썼던 어린 날의 기억, 

작가가 된 후 런던에서 만난 르윈 데이비스 형제와의 인연 등이

 『피터 팬』의 탄생에 두루 영향을 끼쳤다. 

특히 르윈 데이비스 가족은 

배리의 작품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다.”   

 
  

 제임스 매슈 베리의 형은 그가 어렸을 때 하늘나라로 갔다. 

그의 엄마는 13살에 세상을 떠난 베리의 형이 일찍 세상을 떠났기에 

영원히 소년의 몸으로 곁에 남았을 거라며 위안했다 한다. 

그런 엄마 곁에서 성장한 베리는 항상 형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행동했다. 

소설 속 피터팬은 네버랜드에 사는 고아들의 대장인데 

자기는 아기 때 미아가 됐다 요정의 도움으로 네버랜드에 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 번은 엄마가 그리워 집에 돌아갔는데 

동생이 태어난 이후 더 이상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지 않은 엄마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는 구절 속에 

그의 성장 배경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은 네버랜드를 떠났지만

 피터팬은 네버랜드를 떠나지 않았고,

 그래서 평생 나이 들지 않는 소년의 몸으로 살게 되었다.    

  

 베리는 켄싱턴 공원에서 만난 르윈 데이비스 집안의 아이들과

 자주 산책하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한 아이들을 자신의 오두막집으로 초대해 해적 놀이를 하며 

사진을 찍어줬다. 

특히 데이비스 집안의 조지와 존에게는

 어린 동생 피터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다.

 어느 날 베리는 알고 지내던 한 부인의 집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베리와 대화 도중 부인의 아이가 몰래 쿠키를 집어 먹는 걸 본 부인이 

아이에게 손님용 쿠키를 계속 가져가면 어른이 되지 못하고,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는다고 겁을 주었다. 

이걸 들은 아이가 겁먹기는커녕 웃으며, 

자신은 계속 과자를 먹으며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걸 지켜본 베리가 그 상황을 통해 『피터 팬』의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일화도 있다.   

 소설 말미엔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웬디의 이야기가 나온다.  

 웬디는 피터팬이 돌아올 것을 믿으며 기다렸지만 

시간은 흘렀고 어느새 딸을 낳은 어른이 되었다. 

웬디는 자신의 딸인 제인에게 피터팬 이야기를 수없이 했고,

 제인은 엄마와 더불어 피터팬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소설에서 나이가 들어 버린 웬디가 피터팬과 재회하는 구절이 있다.   

 
  
“잠시 후 웬디는 불을 켰고 피터는 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이제 훤칠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허리를 구부려 

자신을 두 팔로 안아 올리려 하자 그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게 뭐지?” 피터가 또 외쳤다.  

  웬디는 피터에게 털어놓아야 했다.   

 “난 나이를 먹었어, 피터. 스무 살을 먹고도 한참을 더 나이가 들었어.

 오래전에 어른이 되었어.”  

 “안 그럴 거라고 약속했잖아!”  

 “어쩔 수 없었어. 난 결혼도 했어, 피터.”  

 “아니야, 그렇지 않아.”  

  “맞아. 저기 침대에서 자는 여자애가 내 딸이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하지만 피터는 웬디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그는 단검을 치켜들고 잠자는 아이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물론 제인을 찌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웬디는 그런 피터를 어떻게 달랠지 알 수 없었다. 

옛날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피터를 달래주었는데……“  

   

어른이 되어버린 웬디를 마주한 피터팬은 엉엉 울어버렸다.

 자신과 함께 날고 네버랜드에서 일상을 보냈던 아이 웬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버린 웬디는 피터팬의 눈에 낯설었던 것이다.   

 
  
네버랜드에서의 피터팬과의 추억이 정말 행복했던 웬디는 

늘 피터팬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피터팬을 따라 날았던 그 시절을 추억했다. 

웬디의 딸인 제인이 엄마인 웬디에게 예전에 어떻게 날았냐고 물어보며

 지금 다시 날아보라 이야기하자

 웬디는 자신은 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딸 제인은 엄마에게 왜 날 수 없는지 물어본다.   

 
  
 “왜 지금은 못 날아요, 엄마?”  

 “엄마가 어른이 되었거든.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어버려.”  

 “왜 잊는데요?”  

 “어른들은 더 이상 명랑하지도 않고, 천진하지도 않고,

 무정하지도 않거든.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해야만 날 수 있단다.”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한 게 뭐예요? 

나도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하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는다는 구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명랑하고 천진하고 무정해야만 날 수 있다는 것. 

어리고 순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니.

 나이가 들어서야 더 현명해지고 많은 것들을 더 잘 해낼 수 있건만...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만이 갖는 “동력”과 “동심”은 그와 비할 바가 아닌 놀라운 것이었다. 

소설의 말미, 시간이 흘러 웬디가 할머니가 되고, 제인은 자신의 딸을 낳는다. 

그들이 세대를 거슬러 자식에 자식을 낳을 때마다 

피터팬은 그 집을 방문해 웬디의 딸인 제인을, 제인의 딸을 데리고 나는 법을 가르쳐 네버랜드에 데려간다.

 나이가 들어버린 웬디 앞에서 제인은 피터팬에게 나는 법을 배워 네버랜드에 가보겠다고 한다. 

웬디는 망설이지만 제인은 순식간에 날아 

자신의 엄마가 한 것처럼 피터팬과 네버랜드로의 모험을 떠난다.   


 
 
웬디는 진짜 나는 법을 잃어버렸을까.   

 웬디가 진실로 나는 법을 잃어버렸건, 

자신의 딸인 제인을 응원하는 더 좋은 결말을 위해 날지 않았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웬디는 피터팬과의 네버랜드 모험을 잊지 않았고, 

어린 시절 즐거웠던 그 순간을 늘 간직하며 기억하고 있었다.

 피터팬이 뿌려준 요정가루로 날갯짓을 하고,

 세상을 날아다녔던 웬디는 분명 그 시절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며 현재 행복할 수 있었다. 

우리를 버티게 하는 어린 시절 “동심”의 판타지는

 또 하나의 힘든 순간을 견디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Peter Pan was right.  


https://youtu.be/D8rlcLH0pqk?si=dJ2wupE8PuACbvLA


Anson Seabra - Peter Pan Was Right (Official Lyr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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