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지 편집팀의 논문 평가 과정

뭐 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by 작은 하마

마침내 논문을 제출한 여러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제출된 논문은 어떤 과정을 통해 평가될까요? 논문 평가 과정은 '평가 중'/'평가 끝'이 정도로만 안내될 뿐 그 자세한 사항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기간이 짧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2-3주를 지나 한 달 이상 걸리게 되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내 논문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긴 한 건지 점점 우려가 커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논문 평가 과정이 왜 이렇게 길어지는 걸까요? 오늘은 그 답에 대해 알아봅시다.




review flow.jpg Editorial board의 구성과 작용 방향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제가 가진 모든 예술적 능력을 총 동원해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말로 열심히 설명해 드릴 테니 그림의 허접함은 양해 바랍니다.)


학술지의 편집위원회 (Editorial board)의 구조를 이해하면 논문 평가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각 위치별로 살펴볼까요.


최고 편집장 (Editor-in-chief): 학술지의 최상위 포식자... 가 아니고 최고 결정자입니다. 모든 최종 결정은 편집장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특정 분야 내 Key opinion leader로서 연구/학술적으로 상당한 업적(?)이 있는 권위자입니다. 편집장이 어떠한 이유로 부재인 경우, 그 자리를 Deputy editor가 임시로 대신합니다.


편집장 (Co-editors): 최고 편집장 바로 아래 단계이지만, 이 분들 또한 분야 내 유명 전문가 (e.g. 대학 교수님)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 편집장과 편집장들은 전문 분야가 겹치지 않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폐 관련 학술지의 경우, 최고 편집장이 폐렴 전문이라면 그 외 편집장들은 폐암, 기관지 질환, 폐 절제/이식 수술, 폐 질환 관련 translational science 등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폐 질환에 관련된 그 어떠한 논문이 제출되어도 적절한 평가과정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부편집장 (Associate editors): 편집장님들에 비해 비교적 경력이 짧을 순 있으나 이분들 역시 교수직을 겸임하거나 연구직에서 높은 위치에 계신 전문가들입니다. 주로 30대 후반-40대 중반 정도로 젊은 의과학자들로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논문 평가 시에도 반영하여 편집팀의 시각을 넓히는 긍정적인 영향도 일으킵니다.


Reviewers: 이 분들은 대부분 현직 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혹은 다른 학술지에서 이미 편집장 위치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출된 논문에 대해 깊이 있는 리뷰 코멘트를 제공합니다. 공정성을 위해 리뷰어의 정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editorial board에서 각 인물의 역할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살펴봅시다.




여러분이 논문을 제출한 바로 그 순간부터 평가는 시작됩니다. Review process는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가장 먼저 그 논문은 관련 전문 분야를 담당하는 editor-in-chief, deputy editor, 혹은 co-editors에게 넘어갑니다. 그들은 그 논문을 살펴보고 그 학술지가 가진 기준에 따라 1차 평가를 합니다 (e.g. novelty, 연구 설계 방법이 타당한지 등등). 그 기준에 부합한 경우, 좀 더 상세한 평가를 위해 그 논문을 associate editor에게 보내어 그들의 의견을 듣습니다. Associate editor가 보기에도 '오, 이 정도면 우리 학술지에 실을 만큼 의미 있는 연구인데?' 싶으면 associate editor는 평균 2-3명의 reviewer들을 초대합니다. (경우에 따라 associate editor를 건너뛰고 co-editor들이 직접 reviewer를 초대하기도 합니다.)


평가가 끝나면 결정 과정이 시작되며, 결정 과정 (Decision process)은 평가 과정과 반대로 돌아갑니다. Reviewer들은 그 논문에 대한 본인의 피드백 및 그 논문이 학술지에 실려도 괜찮은지에 대한 개인의 의견을 밝힙니다. 이를 참고하여 associate editor는 co-editor에게 본인의 평가 내역을 전달합니다. Co-editor는 본인의 의견, 그리고 reviewer와 associate editor의 코멘트를 고려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며, editor-in-chief가 그 결정을 승인하면 논문의 평가는 끝이 납니다.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논문 평가에는 최소 1명부터 많게는 6-8명까지 포함됩니다. editor나 reviewer 등 모든 평가자들은 본업에 더해 학술 업무를 겸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척 바쁜 분들입니다. 따라서 논문이 reviewer들에게까지 보내진 경우 논문 제출 시점부터 결과를 받기까지 1-2달이 걸릴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논문 평가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면, 그 학술지가 여러분의 논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네요. (너무 희망 고문인가요?)


(커버 이미지: Photo by Alexandar Todov on Unsplash)

keyword
이전 06화연구 논문의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