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중 상당수는 당신의 코를 베어가려고 한다
각 분야별로 학술지는 수없이 많습니다.
연구원이나 과학자라면 아마 주변에서 '이 분야에서 인정받으려면 00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더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 특정 몇몇 학술지들에 대해서는 익숙할 수도 있겠네요. 뿐만 아니라 본인이 논문을 작성하면서 다른 논문들을 참고해야 하기 때문에 온갖 학술지들을 뒤지다 보면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선 ㅁㅁ학술지가 탑이구나' 이런 감을 익히게 될 겁니다.
어느 정도 그 분야 내 유명 학술지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괜찮겠지만, 논문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초심자들은 속칭 predator journal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Predator journal들은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적절한 peer review process 및 evaluation, 양질의 학문적 지식 교류의 장이 되는 일반 학술지들과 달리 rejection rate이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즉, 누군가 predator journal에 논문을 제출하면 논문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다른 학술지에 비해 쉽게 통과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Predator publishing에 관여된 사람들에겐 얼른 논문을 어딘가에 출판해서 빨리 연구 발표를 끝내버리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건지, 연구자들로부터 쉽게 논문 출판 비용을 뜯어먹으려는 건지 여러 부적절한 목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predator journal들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인데, 친절하게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사서로 일하던 제프리 빌 Jeffrey Beall이라는 아저씨가 친절하게 리스트업을 해놓으셨습니다. Beall's list는 다음 링크를 통해 접속 가능합니다. 즉, 이 리스트에 있는 학술지들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 https://beallslist.net/
물질주의와 자본주의가 팽배한 21세기 이 사회에 그냥 돈 좀 더 내고 쉽게 논문을 내는 게 왜 권장되지 않는 건지 궁금할 수도 있겠군요. 가장 치명적으로 느껴질 만한 딱 2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1. 논문 출판의 본질적인 목적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시다. 내 연구를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 연구에 대한 성과나 결과를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그 연구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혹은 그 연구가 다른 연구와 결합되어 어떻게 발전될 수 있는지 등을 다른 학자들과 논의하며 미래에 이루어질 연구에 대한 의식을 고무하기 위함이 큰 일부분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일반 학술지 평가 과정에서와 달리 predator journal에서처럼 제출된 논문이 분야 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나 아주 얕게만 리뷰된다면 이러한 진전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겠죠.
2. 다수의 연구자들은 어느 정도 그 분야에서 높이 평가되는 학술지가 무엇인지 대충 이름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듣도 보도 못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에 제시된 자료를 신용하기 어려워 본인의 논문에 인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 predator journal에 논문을 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몇 년이 지나도 아무도 내 논문을 인용하지 않는다면 학자로서의 당신의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답은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predator journal들은 피할 것을 강력히 권장합니다.
본인이 전공하는 분야의 유명한 학술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 싶으면 주변 교수님이나 다른 연구자들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predator journal들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같은 팀에 있는 생물학 post-doc까지 마친 동료의 말로는 과학자에게 있어 연구와 논문이란 본인 자식 같은 거라고 하더군요. 힘들게 키운 내 새끼, 기왕 자랑할 거 자신감을 갖고 큰 물에서 자랑합시다. 여러분의 연구가 지닌 가치를 지켜주세요.
(커버 이미지: Photo by Giorgio Trovat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