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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고 민망한 경우가 생겼네요

모르는 전화번호인데 받았더니 사돈어른이시네요(D-317)

며칠 전 좀 당황스럽고 민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일요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입력이 안된 전화번호가 뜨더군요. 받을까 말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바깥사돈어른'이시네요. 순간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사돈 호칭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혼인으로 맺어진 두 집안의 일가를 '사돈'이라고 하는데, 항렬과 성별에 따라 부르는 것이 다르다고 합니다. 한번 참고로 하셨으면 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본 자료입니다.

저희 딸의 시아버지를 이르는 말로 '바깥사돈'이라고 하고, '사돈어른'이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딸의 시어머니를 부를 때는 '안사돈'이고, 이를 높여서 부른다면 '사부인'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몰랐던 것은 저보다 항렬이 높은 사돈을 부를 때 '사돈어른'이나 '사부인'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 이때는 성별에 상관없이 '사장(査丈) 어른'이라고 해야 한답니다. 즉, 제 딸의 시조부모일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자신보다 윗 세대를 칭하는 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사장어른'이 나왔냐면 사위의 할머니(조모)께서 영면하셔서, 저와 아내가 조문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분이 '사장어른' 또는 '안사장 어른'이십니다.



임신한 딸애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와 급히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안정을 위해 며칠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잠시 사위와 1층 로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내일 입관에 참석하고 발인에도 따라가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으니 장손이 가봐야 하는 게 도리이지요.


아내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위가 입관에 참석하기 위해 내일 1시까지 장례식장에 간다고 하니, 우리도 대충 그 시간에 맞춰서 가기로 했습니다. 만약 딸애나 사위가 이야기를 안 했으면 '사장어른'이 돌아가신 것도 모를뻔했네요.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장례식장이 부천 쪽이라 차로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차하면서 보니 건물 외관이 장례식장이라기보다는 결혼식장 같이 생겼고, 실내도 환하고 깨끗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조의금 봉투가 각 복도마다 비치되어 있는데 여기는 조문함 앞에 있더라고요. 바로 앞에서 봉투를 받아서 조의금을 넣기가 좀 그래서 다시 1층 로비로 내려와, 조의금 봉투에 제 이름과 '○○아빠'라고 같이 써서 올라갔습니다.

조문 후 사돈과 사부인 그리고 사위와 함께 식탁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실 애들이 결혼한 지 2년이 넘었는데, 잠시나마 얼굴을 뵙고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문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황과 민망

다음 날 저녁에 입력이 안 되어있는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아마 잘 못 걸려온 전화 이거나 보험과 같은 권유전화거니 하고 받았습니다.

"저 ○○○입니다", 목소리도 낯설고 전화번호도 저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누구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

"실례지만 누구시지요?"라고 물으면서, 전화를 잘 못 거신 것 같다고 이야기하려던 찰나에...

"○○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라는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네요. 어이쿠~ '사돈어른'입니다.

전혀 예상도 못한 전화이기도 했지만, 어저께 장례식장 키오스크에서 본 성함을 까맣게 잊어버렸네요.

눈앞에 계신 것도 아닌데 죄송해서 연신 고개가 숙여집니다.

'사장 어른' 상에 조문을 와주신 것에 감사하고, 그리고 며느리(저희 딸) 건강도 걱정되기도 해서 겸사겸사 전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다음에 한번 보자는 이야기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어찌나 당황스럽고 민망한지...

이럴 때 '황망하다(마음이 몹시 급하여 당황하고 허둥지둥하는 면이 있다)'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 것 같네요.


비슷한 사례

식탁에 있던 아내와 아들이 누구 전화냐고 물어봐서, 상황을 설명하니 깜짝 놀라면서도 웃더군요.

작년 말에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보니 연락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전화번호가 많이 있어서, 한번 정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한 통의 모르는 전화가 왔는데, 받았더니 "잘 지냈냐?" 하더라고요. 누군데 처음부터 반말이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누구세요?"라고 물어봤더니...

"야~ 나 ○○인데 너 내 전화번호 지웠구나"하더라고요.

이 분은 전에 모셨던 중역이었는데, 다시는 만나거나 전화할 일이 없어서 지웠던 분 중 한 분이었습니다.

퇴직 후 5년 정도 되었는데 전화하실 줄은 전혀 몰랐지요.

이때도 민망하기는 했지만 지금보다는 덜 했던 것 같네요.


저의 사례를 이야기하니 아들도 자기 사례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전 회사에서 잘 지냈고 지금도 만나고 있는 선배와 판교에서 약속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화가 오는데 길 건너에 선배가 있어서 아마 안 받고 무시한 모양입니다.

이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 1통'이 떠 있어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했답니다.

신호가 가는데 갑자기 바로 앞 선배가 전화를 받더랍니다.

선배가 저희 아들이 어디쯤 있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를 했던 모양이었고, 이게 부재중 전화 1 통이었습니다.

아들놈도 선배의 전화번호를 아예 입력도 안 해놓았던 모양인데, 이 상황도 참 민망하고 뻘쭘한 상황이네요.



이것도 유전인지 부전자전이네요.

다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바로 '사돈어른'의 전화번호를 바로 입력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아주 튼튼하게 고쳤습니다.


모든 전화번호를 계속 저장하고 있는 것도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가끔 발생하니 좀 더 신중하게 전화번호를 솎아내야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 일요일 오후의 해프닝이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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