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동안 타던 '레이'를 친척에게 명의 변경하였네요(D-321)
2014년 제가 팀장 시절에 당시 참 특이하고 못생겼지만, 실용적인 경차인 '레이'를 구입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마트나 시장과 같이 가까운 곳을 다니기에도 좋고, 주차하기에도 편리해서 구입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색상이 하필이면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이었습니다. 경차이기는 해도 좀 파격적인 색상이라 망설이기는 했지만 뭐 선택권이 없으니 그냥 사기는 했는데, 소방서 옆에 주차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색이더군요.
경차를 타면서 느낀 점이 좁은 곳도 잘 다닐 수 있고 주차도 편하다는 것 외에 추가적인 혜택도 제법 많이 있습니다. 우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그리고 부가가치세'가 면제됩니다. 그리고 취등록세도 일반차량이 취득가격의 7%인데 비해 4%로 저렴하고요. 매 2회 내는 자동차세 역시 cc당 80원을 적용해서 연간 약 8만 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 주차장에서 주차비를 50% 감면받을 수 있고요. 그래서 가끔 인천공항 주차장을 이용할 때 '빨간색 레이'를 이용할 때도 있습니다.
레이는 의외로 차체가 높아 제가 타고 있는 SUV와 거의 비슷합니다. 더군다나 색상도 빨간색이다 보니 넓은 주차장에서 차를 찾기는 쉽습니다. 승용차 사이뿐 아니라 SUV 사이에서도 웬만하면 눈에 쉽게 띄더라고요.
이렇게 정들었던 레이를 이제 떠나보낼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주 전에 신차로 또 레이를 구입했거던요.
색상만 다르지 10여 년이 지나도 내부는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에는 과거 사례를 거울삼아서 흰색 바탕에 검은색 지붕으로 선택했더니 한결 보기가 좋기는 합니다.
이렇게 11년 간 탔던 레이는 중고차로 처분한 게 아니라, 처가 쪽 친척분에게 명의변경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차량을 넘겨 드리기 전에 그래도 깨끗하고 양호한 상태로 보내야 해서 외관세차도 하고, 내부청소도 하고, 엔진오일도 갈고, 와이퍼블레이드도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의외로 깨끗하네요.
새 차를 사지 않았다면 더 타고 다녀도 괜찮았을 것 같네요.
레이를 청소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애들이 어렸을 때 얼떨결에 빛을 내서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이곳이 좀 외진 곳이라 차가 없으면 무지하게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내 집이라는 기쁨은 이때가 제일 크지 않았나 하네요.
이렇게 외진 곳이다 보니 제가 없을 때 애들이 아프거나 하면, 참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곤 했지요. 이를 알게 된 막내 동생이 타고 다니던 당시 '국민차인 티코'를 언니에게 타고 다니라고 주었습니다.
아내는 정말 이 티코를 잘 타고 다녔고, 무척이나 고마워했었지요. 참! 이차도 빨간색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 근처에 살고 있던 직원과 함께 카풀을 하여 서울로 출근을 하고 있었는데, 제 차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급히 집으로 돌아와 주차장에 있던 '빨간색 티코'를 타고 급하게 출근을 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출발을 했는데 가다 보니 점점 누군가 쳐다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저하고 동료 직원이 당시에는 둘 다 76~80㎏ 정도로 좀 뚱뚱한 상태였습니다. 둘이서 앞 좌석에 나란히 앉으니 어깨가 닿더라고요. 아마 앞차에서 리어뷰 미러로 뒤를 봤으면 깜짝 놀랄 것 같습니다. 커다란 얼굴 두 개가 길 위에 둥둥 떠보였을 테니까요.
지금이야 선팅을 좀 진하게 하고 다녀서 차 실내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당시에는 선팅을 거의 안 하거나 투과율이 높은 선팅 필름을 붙여서 실내가 훤하게 보였거던요. 이렇게 출근해서 주차 후 차에서 내리는데 다른 직원들이 보더니 웃더군요. 티코가 엄청 고생하고 올라왔다고, 불쌍하다고요.
저녁에 퇴근할 때는 뭐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어두운 후에 혼자서 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같이 카풀하던 동료는 전철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당시에 농담으로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티코가 안 움직여서 보니까 타이어에 껌이 붙었더라", "주유소에 가서 휘발유 냄새만 맡았더니 차가 가더라", "급커브길에서는 차 한쪽이 들릴 수 있으니 창문을 열고 손으로 밀어주면 된다"
그냥 웃고자 하는 말이지만 듣는 티코 입장에서는 무척 서운했을 것 같네요.
거기에 비해 같은 경차이지만 레이는 실용성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인지, 그런 서운한 말은 별로 없던 것 같습니다. 다만 초창기 레이는 전면부 그릴이 마치 입 벌리고 있는 개구리 같다는 느낌은 볼 때마다 들기는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아침에 아내가 처남하고, 친척분을 만나서 레이의 명의변경을 완료하였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늘 곁에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은근 섭섭하고 아쉽네요.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 동안에도 아무 탈없이 잘 운행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네요.
늘 헌 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헌 것을 버릴 때가 되면, 아직도 충분히 쓸 수 있는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 바꾸는 주기가 엄청 길어지기도 했고, 지금 것을 잘 고쳐서 사용하는 것이 점점 몸에 배고 있기는 합니다.
퇴근 후 주차장에 가면 늘 보이던 빨간색 레이를 오늘부터는 볼 수 없겠지요.
마치 얼만 전 정년 퇴직한 선배나 내년 이맘때 저처럼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