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알레르기 비염(D-226)
요맘때쯤 비가 오면 참 반갑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꽃피는 시기가 되면 알레르기 비염으로 한바탕 고생을 하곤 합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새벽부터 재채기를 한 후, 흐르는 콧물을 휴지로 틀어막고 있네요. 아내나 아들이 보면서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계속 콧물을 풀어내면 콧속이 아파서 나름 찾은 방책이 휴지로 막고 있는 겁니다. 그런 후 휴지가 흥건히 젖으면 빼고 교체하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오늘도 점심 식사 후 혈당 조절을 위해 회사 인근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오전에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깨끗하게 느껴집니다. 공원 쪽으로 향해 걷다 보니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많이 피어있습니다. 한편에 남아있는 물 웅덩이를 보니 노란색 꽃가루가 웅덩이 주변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비가 안 왔으면 공기 중에 떠다닐 것들이네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시기
꽃가루는 보통 4월부터 6월 초까지 많이 날리는데, 특히 5월에 가장 심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꽃가루 농도도 특히 따뜻하고 건조한 오전 시간이 요주의 시간이라고 하고요. 여하튼 저도 이맘때가 되면 긴장도 하고 혹시 비염이 심해져서 기관지염이나 축농증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심할 경우에는 아예 잘 때도 마스크를 쓰는 등 저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한 지가 수 십 년은 된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보니 코로나 팬데믹 시절인 2020년~2021년에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병원에 갔던 기억이 없는 듯합니다. 거의 매일 마스크를 쓰다시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네요.
재채기와 콧물이 흐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 드디어 기관지염으로 번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바로 집 근처의 단골 병원을 찾았습니다. 주치의(이 병원에 다닌 지 15년 정도 되었으니 주치의가 맞겠지요?)는 이때쯤 되면 늘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고 증상도 도지니까, 처음에는 약을 조금 약하게 처방하며 지켜보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역시 기관지염뿐만 아니라 축농증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항생제를 먹고 상태를 보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약을 복용하니 재채기나 콧물이 줄어들어 생활하기도 편하고, 목이나 코의 상태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항생제의 특성상 처방받은 기간까지는 꼭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중간에 끊지 않고 다 먹었네요. 제가 좀 규칙에 민감한 편이라 지켜야 되는 일이라면, 99% 지키는 스타일이기는 합니다.
이렇게 올해 상반기도 한바탕 재채기와 콧물, 그리고 한 움큼의 약을 먹고 끝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이니 다소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비가 오면 한결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고요.
이제 가을철에도 이런 달갑지 않은 경험을 한 번 더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네요. 주로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가을에 피는 잡초의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 이번과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 도지겠지요. 그런데 봄철에는 주로 예쁜 꽃의 꽃가루 때문이라고 하는데 가을에는 쑥, 돼지풀, 환삼덩굴과 같은 잡초의 꽃가루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가을에는 꽃을 거의 보지 못하는데도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살다 보니 예전에 없던 증상이 생기기도 하고, 어떤 증상은 없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체질이 변해서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면역체계가 바뀌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 좋은 쪽으로 변하는 것은 왜 없는지 모르겠네요.
이제 6월 중순이면 손녀가 태어날 거고, 집에도 놀러 오고 할 텐데... 그래서 백일해 주사도 한 방 맞아야 합니다. 올 가을엔 재채기와 콧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아기 앞에서 재채기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기는 싫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