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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했으니 운동하러 갑니다

딸네 집에서 잘 먹고, 날이 좋아 초막골로 걸어갑니다(D-233)

어버이날이라고 해서 딸애가 준비한 음식을 잔뜩 먹었더니 엄청 배가 부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혈당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연속혈당기'가 오늘 아침에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음식을 먹더라도 얼마나 혈당이 상승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 조금은 마음 편하게(?) 과식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음식을 먹은 후 머릿속에서는 혈당 급상승 그래프가 그려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실제로 눈에 보이지는 않아서 스트레스는 좀 덜 받는다고 할까요.



샤부샤부와 맥주 한잔, 후식으로 케이크와 과일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어버이날 식사 2.png [왼쪽-소고기 샤부샤부, 오른쪽-케이크와 과일]

집에 걸어와서 소파에 앉으니 노곤노곤한 게 잠도 살살 옵니다. 아마 혈당이 상승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이는데 실내 운동을 할까 하다가, 날이 너무 좋아 그냥 초막골로 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운동은 집 밖으로 나가면 반은 성공입니다.



집에서 초막골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예전에는 차를 타고 갔었는데 건강을 위해 걷다 보니 이 정도는 그냥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네요. 하늘에는 가을 하늘도 아닌데 구름 한 점이 안 보입니다.

초막골 안내도 2.png [초막골공원 안내도]

초막골 입구부터 걷다 보니 '상상놀이마당⑮'에는 많은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시끌벅쩍합니다. 이 소리를 뒤로 하고 좀 더 걸어 올라가니 '물새연못⑧'이 반겨줍니다. 세 개의 분수가 부지런히 물을 뿜어 연못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끄러운 거위는 안 보이네요. 영역동물이며 청각과 시각이 발달한 거위는 자신의 영역 내에 위험한 일이 생기면 큰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연못 주위로 사람이 접근하면 계속 주위를 맴돌면서 "꽥꽥" 소리를 냅니다.

기원전 390년 로마는 갈리아(프랑스) 북부 지역을 지배하던 세노네스족의 공격을 받습니다. 세노네스족에게 연달아 패한 로마인들은 로마의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갇히게 됩니다. 어느 늦은 밤 세노네스족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몰래 잠입해 로마인들을 공격하려 하는데.... 갑자기 '꽥꽥' 소리가 고요한 밤공기를 갈랐고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 로마인들은 적의 침입을 알아채고 간신히 적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이 거위는 헤라의 신전에서 기르던 거위였다고 하네요.
초막골 풍경 6.png [왼쪽-물새연못⑧, 오른쪽-야생초화원⑫의 청둥오리]

'맹꽁이습지원⑬'을 돌아보고 내려오다 보니, 조그만 시냇물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가보니 청둥오리 두 마리가 연신 물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더군요. 보통은 '물새연못'에서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먹던가 하던데 웬일로 이곳까지 왔는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있어서 인지 저를 보고도 바로 날아가 버리지는 않네요. 뭐 날아가기보다는 뛰뚱뛰뚱 걷는다는 표현이 맞기는 합니다.



이렇게 초막골생태공원을 한 바퀴 돌았더니 벌써 5,000걸음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배도 좀 꺼지고 다리도 아파와서 다시 집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마 집에 도착하면 8,000걸음 이상은 무난히 달성할 것 같네요.


예전에 미국 LA 현지법인에서 잠시 근무할 때 숙소 인근의 공원을 몇 번 갔던 적이 있었고, 캐나다 여행 때에도 처제네 식구들과 함께 넓은 공원에서 놀았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공원은 땅이 넓어서 인지 축구장이나 야구장과 같은 운동시설도 있고, 가족들이 함께 고기도 구워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왠지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기에 비해 한국의 공원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참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찾아간 '초막골생태공원'도 잘 구성된 조경과 다양한 테마를 기반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발길이 닳는 곳 모두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고 있어 자주 방문해도 식상하지 않습니다.


간혹 아내와 이야기를 합니다. 나이가 들면 도시에 사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산본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요. 비록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모여 있으니,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달리는 펭귄 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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