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달라진 것 들
브런치스토리 팝업스토어에서 가지고 온 글감 재료를 한번 더 훑어보니 '어제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오늘의 작은 변화는?'이라는 것이 눈에 띄네요. 그래서 저도 달라진 작은 변화가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실장 보직을 내려놓고 팀원이 되면서 부쩍 서운한 감정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운함'은 고독을 즐기기에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이지요.
팀/실장 시절에 퇴근 후 유난히 자주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며 업무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업무에 대한 깊이도 있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친구라 좋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차세대 리더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퇴근 후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습니다. 꼭 저의 덕분은 아니겠지만 제가 실장에서 내려올 때 팀장으로 발탁된 친구이기도 합니다.
주로 한 이야기가...
업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현재 업무의 진척 상황은 어떻고 향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인지, 당면한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만약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책은 무엇인지 등등 정말 많은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친구도 실장인 제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직장생활 중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운 때이며 항상 고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직에서 내려온 이후 딱 한번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제가 보직에서 해임된 것에 대한 위로주 자리라고 해야 하나요. 이후에 같은 사무실에 있어서 매일 마주쳤지만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저 또한 이야기한 적이 없기는 하네요.
어떤 분이 쓴 글에서...
'퇴직 후에는 경조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아끼던 후배의 부친상이 발생해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조문을 갔는데, 막상 조문 후 식당에 앉아 후배가 인사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상주가 나타나지 않아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바빠서 그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업에 있는 지금도 관심 밖의 사람은 투명인간 취급이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 글쓴이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저희 실에서 정년퇴직하신 분의 부모님 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조의금은 보냈지만 직접 조문을 간 직원은 저를 포함하여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발인 후 전화로 조문을 못 가서 죄송하다는 위로의 전화 시 "시간이 되면 꼭 찾아오겠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이 또한 공수표였습니다.
직장 생활은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라 느껴집니다.
항상 만나서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밥도 먹고 하는 사이지만 이는 직장 생활 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이지 회사를 나간 후에도 지속되는 관계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형제, 자매 사이에서도 가까운 곳에 살지 않는다면 자주 볼 일이 없는 것이 요즘입니다. 혈연관계인 가족도 이와 같은데 비즈니스 관계인 직장동료는 훨씬 더 하지 않을까요.
회사는 제가 실장에서 내려온 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돌아갑니다.
제가 정년퇴직을 하여도 업무에 하등 부족하거나 불편한 일이 없을 것입니다.
퇴직 후 겪게 되는 동료와의 단절감을 미리 겪어서 면역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미리 예방백신을 맞아 외로움이라는 심한 몸살을 겪지 않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중심에서 벋어나 외곽에서 조용히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나서고 떠들어 봤자 지나고 나면,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물방울입니다.
외로움이 저를 점령하지 않도록, 나만의 고독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내서 즐거운 고독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