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고독 만들기 7
요즘은 대부분의 기업이 첨단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례로 각 기업의 홈페이지를 보면 '친환경, 디지털, 지속가능성, 초일류, 탄소중립, 모빌리티, AI, ESG' 등의 용어와 접목한 기업의 미션이나 슬로건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33년 간 몸 담고 있는 회사도 제조업을 근본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시대의 조류에 맞춰 브랜드 목적과 슬로건을 재정립하고 이를 내재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 노력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인 것 같습니다. 제 나이 또래인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다른 점이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못 마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집에도 Z세대가 하나 있기는 하네요.
세대별 분류
우리나라의 경우는 세대 분류가 다른 나라와는 좀 다르다고 하네요. 인터넷 자료 여러 곳을 검색하여 정리한 내용입니다.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는 6·25 전쟁 직후인 1954년부터 1963년까지를 1차 베이비부머라고 하고, 1964년부터 1973년 사이에 출생한 집단을 2차 베이비부머라고 합니다. 전쟁 직후라 절대적 빈곤 시대에 유년기를 보냈지만, 정치적 민주화와 급속한 경제발전을 경험한 세대로서 산업화의 주역을 경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연중 출생아 수가 90만 명을 웃돌았다고 하니, 2023년 23만 명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긴 하네요.
X세대(X-generation)는 1970~1980년에 태어나, 경제적 풍요 속에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세대로 신세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세대입니다. 일각에서는 서태지+수능세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Generation)는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의 출생자를 말하는데, 유소년기부터 IT의 과도기를 겪은 세대로서, IT기기에 대한 활용력이 이전 세대에 비해 탁월합니다. 대학 진학률도 높고 세계화가 시작된 세대이기도 합니다.
Z세대(Z-generation)는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하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온 세대로서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에 더 익숙합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이자 생산하는 프로슈머라고 불리는데 유튜브, 틱톡 등 자신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세대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세대 연구 전문가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 교수는 세계적 경제 호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자기 확신이 강한 이상주의자에 가깝다면, 불황기만을 경험한 Z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 한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출처: 저서 i세대).
그러고 보니 MZ세대는 M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로 현재로 보면 20~40대 초반을 포괄하는 말인데, Z세대는 M세대와 같이 묶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Z세대인 저희 아들도 M세대와 같이 취급당하는 것을 매우 못 마땅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두 세대 간에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Z세대로부터 배우기
제가 즐거운 고독을 즐기기 위해 Z세대로부터 배워야 할 항목 중 세 가지만 추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본인에게 싫은 것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는 '단호함'입니다.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들은 회식을 점심식사로 대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와 같은 제조업 기반의 회사에서는 아직도 퇴근 후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로 회식을 하고 있으니, 시대는 변하는데 뿌리 깊은 습관은 아직도 그대로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팀장과 실장 때는 윗분들 눈치 보느라, 참석하기 싫은 모임이나 행사에 어쩔 수 없이 참석을 했습니다. 이렇게 비자발적인 참석은 있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제가 싫은 것은 안 하고 싶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겼습니다. 이제부터는 가기 싫은 행사나 모임에는 과감히 참석하지 않겠습니다. 이유는 내가 싫은 것은 과감하게 '아니요'이기 때문입니다.
2.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유튜브나 SNS에 친숙합니다. Z세대는 온종일 온라인에 연결되어서 생활을 합니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검색은 당연하고, 검색도 네이버나 구글이 아니라 유튜브로 합니다. 과거세대는 정보를 텍스트와 그림 위주로 하였다면, 이들은 모든 정보를 동영상으로 습득합니다. 저와 같은 과거세대들은 최신 스마트폰 등과 같은 IT기기에 취약합니다. "햄버거도 못 시켜 먹는 서러운 노년층'이라는 기사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저도 가끔 햄버거를 사기 위해 패스트푸드점에 들리면 당황스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머리로는 어떻게 주문하는지 알고는 있는데, 막상 키오스크 앞에 서면 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키오스크에서 사용하는 단어도 낯설고(왜 전부 영어로 되어 있는지), 메뉴 종류도 많고 선택 단계도 많다 보니, 실수를 해서 잘못시키거나 선택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뒤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점점 인건비가 상승하여 키오스크나 로봇으로 업무를 대체하는 매장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틈틈이 적응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잠깐 미국 LA에서 파견근무를 했었는데 이때 가봤던 인 앤 아웃(IN-N-OUT) 버거 매장의 메뉴판입니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넘버 1, 2, 3로 주문하면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도 저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메뉴판이 있었으면 하네요.
3. 현재 지향적 삶을 삽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를 보고 자랐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세대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막연한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를 생각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로 대표되는 현재 가치 중심적 생활을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소유보다는 선호하는 것을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여 해외여행을 좋아하며,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젊은 층에서는 재택근무나 워라밸이 있는 회사가 선호도 1위가 되기도 합니다. 저희 때는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주는 회사, 정년까지 보장하는 회사를 선호한 것에 비해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이 자주 이직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도 미래를 위해 모으고 아끼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어르신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자주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십니다. 금전적 여유가 있을 때, 몸이 아직 괜찮을 때 자주 여행을 다니고자 합니다.
이런 Z 세대와 함께 지내다 보니, 그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생각과 태도가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M세대까지는 상명하복, 가정보다 일 우선, 진급에 대한 욕구 등이 어느 정도 먹혔는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Z세대를 대한다면 어려움을 많이 겪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Z세대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보니 확실한 것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생각과 상반되는 것은 과감하게 다르다는 의견을 내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될 경우 명확하게 당신의 지시를 받아서 진행한다는 무언의 시위를 합니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자기 계발에 충실하나, 반면에 자신의 시간을 회사에 바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히 대가 없는 야근이나 특근은 절대 불가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1차 베이비부머와 비교해 저와 같은 2차 베이비부머는 교육 수준이 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초고속인터넷이니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를 살았기 때문에, IT기기에 대한 활용 능력도 이전 세대에 비해서는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득 및 자산 여건도 상대적으로 양호해 은퇴 후 소비 여력도 괜찮은 편이어서, 사회·문화적 여가 활동에도 더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하네요.
이를 기반으로 하여 Z세대로부터 배운 '하기 싫은 것에 대한 단호한 No', '디지털기기와의 친숙함', '현재 지향적 삶의 추구'를 한번 더 되새겨 봅니다. 그들은 저보다 먼저 개인 맞춤형 고독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