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에서 상상으로

즐거운 고독 만들기 8

아버지의 직장이 갑자기 서울에서 용인 쪽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부모님과 떨어져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생까지였으니까 얼추 6년 정도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제는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제가 시골보다는 서울에서 공부하는 게 좋다고 부모님이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참 공부 안 하고 대충 살았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짧은 일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었던 시절이기도 하고요.



다른 것도 많지만 한 가지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절대로 어린아이는 부모 밑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학교 3학년이면 겨우 9살인데(제가 7살에 입학을 해서), 부모와 떨어져 살면서 많이도 힘들었고, 그래서 울기도 많이 울었기 때문입니다. 60이 다 된 나이에도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먹먹하네요.

[상처받은 마음]

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손자를 먹이고 입히면 알아서 큰다고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런 단속이 없으니 마음대로 지냈습니다. 재미없는 공부는 당연히 안 하고 강가로, 동네 공터로, 만화방으로 잘도 돌아다녔습니다.

이러면서 하나 생긴 버릇이 바로 '공상'입니다.

유난히 공상을 많이 할 시기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더 공상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네요.

당시에 다니던 만화방에서 주로 본 만화책의 장르도 주로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만화로는 '바벨 2세', '우주소년 아톰', '마린보이', '달려라 번개호', '썬더보이', '해저 이만리' 등이 기억나네요.


공상의 시간

유독 공상하기 좋은 시점이 있었는데, 바로 '재미없는 학교 수업 중, 쉬는 시간, 등하교하는 시간, 잠자기 전 누워서 있을 때' 등이었습니다. 특히 잠자리에 누우면 깜깜한 천장에 온갖 전투기, 로봇, 우주선, 레이저 광선 등이 화려하게 천장에 수를 놓았습니다. 공상 속 주인공이 되어 우주선을 지휘하는 선장으로, 전투기와 로봇의 조종사로, 적을 무찌르는 상상을 수없이 하다가 잠이 들곤 했지요.

아침에 눈을 떠서 현실로 돌아오면 또 외로움과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늘 바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말 상대가 안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만화에 열중했었습니다.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고, 잠시나마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공상은 잘 안 없어지더군요.

지금도 가끔씩 '공상의 나래'를 펼치기는 하지만, 예전과 같이 스토리가 있거나 짜임새 있게 표현이 되는 게 아니고, 잠시 생각이 나다가 바로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립니다.

그만큼 속세에 물들었다고 할까요. 아님 그만큼 꿈도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는지요.



그런데 최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시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같은 '공상(현실적이 아니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마음대로 상상함)'이 아니라 '상상(현재의 머릿속에 없는 표상을 만들어 내는 마음의 작용)'으로 말이지요.

그냥 단순히 지나치면서 보던 '하늘과 구름', '꽃과 나무', '시냇물', '산과 들', '개와 고양이'나, 별 의미를 두지 않았던 '사람 간의 대화', '사무실이나 도서관에서의 잡소리', '길에 다니는 사람들 모습' 등이 이제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동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나만의 키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고요.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이 하나하나 소중하고 눈여겨볼 것들로 되어 있음을 요즘에 새삼스레 느끼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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