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말고 현재, 그리고 미래

즐거운 고독 만들기 9

연말이 다가오니까 사방팔방에서 송년회 모임이 있으니 참석하라고 연락이 옵니다.

'은퇴 및 은퇴 예정자 모임',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예전 팀 모임', 한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인 '입사 동기 모임', 그리고 '회사 내 또는 외부업체와의 모임'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별로 반갑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술자리만 있으면 어디던지 즐거운 필히 참석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네요.

몸이 많이 상해 관리를 하는 중이기도 하고, 나이도 좀 들다 보니 술 모임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이유는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게 아까워서입니다.



지금껏 참석했던 술자리는 항상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 '정말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았던 이야기', '힘든 프로젝트를 성취한 히어로 같은 이야기', '이상하고 괴이한 직장 동료와 상사에 대한 이야기' 등 과거형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군대 시절이야기를 빼놓으면 서운하지요.


물론 가끔 현재도 이야기하고, 미래도 이야기를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과거로 돌아갑니다. 이상하고 괴기스러울 만큼 과거로의 회복력은 뛰어납니다.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퇴해도 과거는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하니, 계속 이어질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우리는 남은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하는데, 항상 과거에 얽매여서 살고 있다"라고요. 맞습니다. 과거에 얽매여 살다 보니 아직도 저 자신을 저만 과대평가하는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간 팀장이고 실장이었는데, 저는 아직도 팀을 융합하고 역량을 향상했던 팀장, 조직을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잘 리딩하였던 실장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항상 서운함과 불쾌한 감정이 저를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살갑게 말을 거는 사람도 없고, 왠지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항상 마음을 비운다고 하지만 비우면 다시 서운함과 불쾌감이 차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과거형이 지배하는 술자리는 가급적 참석을 안 하려고 합니다. 참석하여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과거의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끝내 못 벋어날 것 같습니다. 설령 참석을 하더라도 긴 시간을 할애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제는 남은 인생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정년퇴직 1년 동안을 어떻게 잘 마무리 지을 것인가? 정년퇴직 후 1년 후는? 정년퇴직 후 2년 후는? 정년퇴직 후 5년 후는? 그리고 그 이후는?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가끔 혼자서 산책을 나갑니다.

멀리 떨어진 공원에 갈 때도 있고, 가까운 근린공원에 갈 때도 있고, 그냥 시내를 무작정 걸을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고, 들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냥 보고 듣습니다. 생각 없이 ~


어떻게 나만의 시간을 보낼 것인지, 이왕이면 즐겁게 보냈으면 하는데 그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입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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