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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15. 2024

온주일가인(温州一家人, 2012)

원조우(温州)의 한집안 식구

방영 횟수 : 36화

감독 : 콩셩(孔笙,kǒngshēng), 리슈에(李雪, lixuě)

남주 : 리리췬(李立群, lǐlìqún)

여주 : 인타오(殷桃, yīntáo)


배우 진똥(靳東, jìndōng)을 보기 위해

  내가 중국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은 2015년쯤이고, 이 드라마는 2012년에 방영된 드라마라, 당시 방영되는 드라마를 모아서 보여주는 드라마큐(DramaQ)나 데일리모션(Dailymotion)에서는 찾아지지 않았다. 다른 드라마들을 보다가 진똥(靳東)의 매력에 꽂혀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더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 드라마 아주 짱이다! 


  이 드라마에서 진똥(靳東)은 여주의 첫사랑이며 전남편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역으로 나오지만, 내가 본 중에 가장 젊은 모습으로 나오고, 그가 맡은 역 중에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풍겨서 나름 신선했다.


  진똥(靳東)이 이 드라마에서 연기한 黄志雄이라는 인물은 이라크 전쟁에 참여해 한때 전쟁터를 주름잡았던 영웅이지만 전쟁의 후유증으로 자포자기하고, 술에 취해 산다. 죽마고우인 여주 阿雨와 유럽의 거리에서 만나 부부가 되지만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인생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하고 도망쳐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여주가 수도원으로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묵직해 보이는 찐한 갈색 수도복에 몸을 숨기고, 망토의 모자를 내려써 얼굴마저 시커먼 음영 아래 갇히게 하고, 세상과 관계를 끊은 듯 눈빛은 아무 감정 없이 바닥을 응시하는데, 이 연기는 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다 아프게 한다. 


  진똥(靳東)이 이 배역을 맡은 것에 대한 이유를 한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배역을 받아들이는 원칙 중 하나가 '인물은 내면연기가 있어야 한다(人物要有内心戏)'고 했다. 黄志雄의 역할은 대사가 없다 싶을 정도로 적지만, 진똥(靳東)은 이 인물의 복잡하고 얽힌 내면이 맘에 들어 이 역을 대번에 받아들였다고 한다. 

  

  진똥은 절대 악역을 맡아본 적이 없고, 배우계에서 겸손한 사람으로 제법 평판이 좋다. 다만, 요 근래 들어, 좀 너무 아저씨틱 해졌지 않나 싶다. 76년생인 그가 이제 오십이 다 되어 가니 뭐 당연한 변화겠으나, 늙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청춘의 배우를 보는 게 더 좋아서,  그에게로 가던 팬심이 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유태인

  이 드라마는 원조우(温州) 출신의 한 평범한 가정의 운명을 통해, 윈조우(温州) 사람들의 기업가 정신의 투쟁 과정을 압축하고, 중국의 개혁개방 30년의 장대한 시대 변화를 보여준다. 해외판 제목은 'Legend of Entrepreneurship', '기업가 정신의 전설'이다. 

  중국에서 원조우(温州) 사람이라고 하면,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대표하는데, 그래서 중국의 유태인이라 불린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외친 후에, 왜 원조우(温州) 사람들이 특별히 장사의 길로 들어섰고 또 성공했는가? 

  이에 대해 누군가 쓴 글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첫째, 장사치의 개념을 갖고 있었다. 원조우(温州) 사람들은 남 밑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고, 마룻바닥에서 자더라도 자기 자신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의 차이가 그들을 부유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원조우(温州) 사람들은 단결이 잘 된다. 드라마 속에서도 볼 수 있는데, 周萬順이 집을 팔고 장사하러 떠날 때, 고향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어 장사밑천에 보태 쓰라고 준다. 원조우(温州) 사람들은 고향 사람 누가 어떤 괜찮은 사업을 한다고 도움을 청하면 흥정도 안 하고 신뢰하고 투자에 나선단다. 셋째, 고생을 잘 견딘다. 이 드라마의 가족 구성원 4인이 각각 감당한 고생을 보면 달리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특히, 아버지가 중국 중부 고원에서 석유를 퍼올리겠다고 모든 재산을 쏟아붓고 고원의 황토바람에 살며 희망을 품는 장면을 보면 정말 대단한 투지라고 할 수밖에. 넷째, 용감하게 남들보다 앞서하는 정신이 있다. 남들보다 앞서 창조하고, 해외로 진출하고 이런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참고한 출처 : 다음에 덧붙이겠음) 

  

남주 리리췬(李立群)의 맛깔난 연기

  아버지로 나오는 리리췬(李立群)은 대만 사람인데, 그의 연기는 아주 맛깔나다. 그가 웃기는 역을 할 때는 우리나라 배우 임현식을 좀 생각나게 하는데, 임현식보다 연기가 몇 수는 위다. 웃기는 역이던 심각한 역이던 자유자재로 잘 해낸다. 

  연기 잘하는 배우라 무게감 있는 좋은 중국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데, 대만출신이다 보니, 종종 중국과 대만의 양안 분쟁에 말려든다. 한두 해 전에 인터뷰에서 '전쟁을 치르더라도, 자기는 대만을 사수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가 중국인들의 반감을 사서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글을 다시 올린 일이 있다. 거기에 또 대만인들이라고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나고 자란 것은 대만이고, 인기를 끌고 큰돈을 버는 것은 중국이니, 대만에도 밉보일 수 없고, 중국에도 밉보일 수 없는 곤란한 입장인 것이다. 네티즌들은 그의 이런 행위를 챵토우차오(牆頭草,qiángtóucǎo)라고 비난한다. 챵토우차오(牆頭草)는 직역하면 '담장 위의 풀'이란 뜻인데, 담장 위의 풀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자기 입장이나 주견이 없고, 이익만 챙기는 기회주의자를 비유하는 용어다.


  리리췬(李立群)이 이 드라마에서 맡은 역 周萬順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여주의 아버지로 나오는데, 돈이 될만한 기회를 보고 모든 것을 거는 정신은 이 집안 구성원 누구보다 최고다. 그는 이런저런 경로로 돈을 좀 번 후에, 마지막에는 무려 중부 고원에서 석유 채굴을 꿈꾼다. 그의 이런 근성이 유전되었을 텐데, 결국 딸은 다국적기업의 CEO가 되어 고향을 방문한다. 딸의 아역 연기도 상당 볼만하다.


콩셩(孔笙)이 감독했다고 하면

  콩셩 감독이 찍었다고 하면, 그냥 믿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중드를 좀 본다는 사람들은 다 들어 봤을 만한 작품들, 대강대하(大江大河, 2018), 환락송(歡樂頌, 2016), 랑야방(琅琊榜, 2015), 북평무전사(北平無戰事, 2014)가 전부 이 감독의 작품이다. 스토리가 탄탄한 것은 말해야 입만 아프고, 영상 연출이 그냥 수준급이다.


누구에게 추천?

  원조우(温州) 장사치들의 기업가 정신이 보고 싶다면, 인물 周萬順의 무대뽀 근성에 전염되고 싶다면, 젊은 찐똥(靳東)을 만나고 싶다면,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가 어땠는지 알고 싶다면, 중국의 중부 고원의 풍경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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