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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22. 2024

연화인가(烟火人家)

방영 횟수 : 40화

감독 : 林妍

여주 :마스춘(馬思純, mǎsīchún),  쉬판(帆, xúfān), 순치엔(孫千, sūnqiān)


드라마 제목

  제목 연화인가(烟火人家)를 한국말로 뭐라고 번역하면 좋으려나? 연화(烟火)는 밥 하느라고 불을 피우고 연기가 나는 것이고, 인가(人家)는 사람 사는 집이니, '사람 냄새' 쯤? 너무 안 낭만적이다. chatGPT에게 물었더니, 연화(烟火)를 '불꽃놀이'로 인식해서는 '연인의 불꽃놀이', '별빛 가득한 집', '달콤한 불꽃놀이'라는 엉뚱한 답을 보여준다. (연화(烟火)가 '불꽃놀이'라는 뜻도 있지만 여기선 그 뜻이 아니라. 다음에 낭만적인 번역이 생각나면 덧붙이도록 하겠다.) 

  이 드라마는 易難의 소설 <她和她的群>을 개작한 것이다. 내가 다른 드라마를 소개할 때도 그랬지 않나, 소설 원작이 있는 드라마 스토리는 어지간해서 산으로 가지 않는다고. 아직 40화까지 다 방영된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탄탄할 것에 대한 믿음이 있다.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마스춘(馬思純, mǎsīchún), 순치엔(孫千, sūnqiān), 왕티엔천(王天辰, wángtiānchén), 리샤오란(李小冉, lixiǎorǎn), 료쥔(劉鈞, liújūn) 등. 


여주 마스춘(馬思純)

  이 드라마의 여주로 나오는 배우 마스춘(馬思純)에 대한 호불호는 좀 갈리는 편이다. (한국사이트에서는 馬思純을 한국 한자음으로 읽어서 마사순이라고 부른다. 나는 중국어 발음으로 부르도록 하겠다.)

  나는 이 배우를 <타래료, 청폐안(他來了,請閉眼, 2015)>에서 처음 만났다. 훠젠화(霍建華huòjiànhuá)와의 캐미가 너무 좋아서 '꺅!' 하면서 봤더랬다. 이 드라마를 찍을 당시, 훠젠화는 이미 인기 절정의 대배우였고, 마스춘은 신인여배우였기 때문에, 맡은 배역을 연기하기 이전에 이미,대배우와 신인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흠모, 존경, 사모 뭐 이런 느낌이 그냥 캐미를 만들었다. 나는 이 둘의 러브라인이 하도 깜찍하여 보는 사람마다 이 드라마를 추천했는데, 한 한국 아가씨는 봐내질 못했다. 

  "예쁘지도 않은 마스춘이 예쁜 척해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동해 언니는 어떻게 마스춘을 견뎠어요?"

  나는 마스춘이 너무 인형처럼 예쁘지 않아서 차라리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새로운 드라마를 찍으면 연기 때문이 아니라 푸짐만 몸매 때문에 늘 좀 네티즌들에게 씹히는데, 나는 그녀의 이 완벽하지 않음이 좋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의 푸짐만 몸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늘 좀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다. 다른 여배우들처럼 몸매 좀 신경 쓰면 연기 깎아먹는 짓을 안 할 텐데 하면서.


그녀라는 섬

  이야기는 맹(孟) 가의 3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포스터에 나타난 주요 인물을, 여주를 중심으로 관계를 이야기하면, (왼쪽에서부터) 1. 큰 이모 딸, 2. 큰 이모, 3. 외할머니, 4. 여주 엄마, 5. 여주, 6. 작은 이모, 이렇게 여섯 명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이 가정이 혼사 등 갖가지 문제와 곤란을 겪으면서 서로를 지탱하고 성장해 나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주의 엄마는 자신이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다리를 절고, 남편과의 관계도 알콩달콩하지 않아서 열등감이 많은지라, 딸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 삼십이 넘은 딸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해 댄다. 그러니 당연 이 모녀관계는 적대적 긴장감이 돈다.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모녀관계의 양방(良方)인 것을 알게 된다.


  큰 이모와 딸의 관계는 못하는 이야기가 없도록 좋아서, 여주의 모녀 사이와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연히 상대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새롭게 상대를 인식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은 이모는 자기 사업을 경영하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다. 자신은 자기 엄마처럼 너무 센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자기 엄마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업과 가정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깨달아 가면서 당시의 자기 엄마를 이해해 간다.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명, <她和她的>는 '그녀와 그녀의 군도'라는 뜻인데, 3대의 이 여자들을 각각 하나의 섬으로 보고, 이 다섯 여자를 군도라고 표현한 것 같다. 드라마는 그녀들 각자는 하나의 섬처럼 서로 멀리 떨어져 바라만 볼 뿐이지만, 서로 부축하며 공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니, '섬'을 묶은 '군도'로 제목을 정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다음에 소설을 읽게 되면 이 부분을 수정하게 하겠다.) 


엄마와 딸

  나는 여주와 엄마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에 가장 감정이 울컥거린다. 나는 내 엄마와 평생 사이가 좋지 않은 딸이었고, 대만 생활을 시작하면서 멀리 떨어지다 보니 관계가 호전된 듯 하지만, 아직도 내 잠재의식으로부터 '엄마가 싫다'를 깨끗이 닦아내지 못한지라, 그들의 관계에서 '나와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울컥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엄마와 사이가 좋으신가? 나는 도대체 엄마한테서 포근한 사랑을,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기억이 없어서, 이제 거꾸로 내가 엄마를 돌봐주고 관심 써줘야 하는 상황이 되자, 받아보지도 않은 것을 돌려주는 일이 내키지 않아 힘겨워하고 있다. 

  드라마가 조금 위로를 주는 점은, 우리 엄마가 여주의 엄마 정도로 심하지는 않다는 거.


여주의 가짜 남자친구

  여주는 7년여간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엄마의 선보라는 성화에 못 이겨, 큰 이모의 딸, 그러니까 외사촌동생의 친구와 사귀는 척 연기를 한다는 설정으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이 남자는 부자에 바람둥이로 나오는데, 나는 어째 이런 남자의 가벼움이 좋다. (나는 진지하고 성실한 거 좀 질색.) 

  이 남자의 귀여운 대사 하나를 옮겨보기로 한다. (12화 16분)


  남자 : 나 너 좋아해, 너랑 사귀고 싶어.(我喜歡你,我想追你。)

  여주 : 아니, 이봐, 뭔 헛소리야? 우리가 안 지 얼마가 되었다고 그래? (不是, 大哥,你胡説八道什麽呢?咱兩才認識多久啊?)

  남자 : 나 뭔 헛소리 하는 거 야냐.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시간이 길고 짧은 것과는 상관없어. 네가 누군가를 정말 좋아할 때,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아. 너, 그렇게 빨리 대답할 필요 없어. 한 남자가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때, 너는 있는 힘껏 그를 괴롭혀. 네가 그를 괴롭힐수록 그는 더 즐거울 거야. 정말이야。(我沒有胡説八道什么。喜歡一個人跟時間長短沒有關係。當你真喜歡一個人的時候,你不需要任何理由的。你不用那麽快答應我。當一個男生告訴你,他喜歡你。你就使勁地折騰他。你越折騰他,他就越開心。真的。)


  둘은 연인이 되나? 아직 반밖에 방영되지 않아 모르는데, 딱 봐도 답은 '아니다'이다. 어디서 그걸 알았냐고? 이 배우의 인지도가 여주의 전남친으로 나오는 배우보다 낮다. 아마 여주는 다시 전남친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다 본 후에 어떻게 되었나 덧붙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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