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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Feb 23. 2024

講究(jiǎngjiù)와 將就(jiāngjiù)

중국어의 난점(難點)

  중국어는 단어 하나를 외우려면, 1. 한자를 어떻게 쓰는지, 2. 한자병음(拼音)이 뭔지, 3. 성조(聲調)가 어떻게 되는지 기억해야 한다. 

  한자병음이란 중국어의 발음 기호인데, 그냥 영어 알파벳처럼 생겼다. 예를 들면, a은 '아', ai는 '아이', ao는 '아오', an은 '안', ang은 '앙'으로 발음되는 식이다. 

  성조는 소리의 고저변동인데, 1성은 음계 '솔' 정도에서 평평하게 발음하고, 2성은 '네에?' 처럼 끝을 올리는 것이고, 3성은 소리를 내렸다가 다시 올려준다. 4성은 '악!'하고 비명 지르듯이 짧고 세게 쳐내리듯이 발음하면 된다. 


  중국어 단어 하나를 익힐 때, 한자가 어려울까, 발음이 어려울까, 성조가 어려울까? 나는 처음에는 획수가 많은 한자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 제일 어려운 줄 알았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중국어는 성조 때문에 미친다.


眼睛(yǎnjīng)과 眼鏡(yǎnjìng)

  안경이라는 단어와 눈이라는 단어는 발음이 '옌징(yan jing)'으로 똑같다. 성조만 다를 뿐이다. 하나는 끝을 내려서 발음하고, 하나는 끝을 '솔'의 높이로 평탄하게 발음한다. 아무리 단단히 외워둬도 자꾸 헷갈려 버려서, "나 안경 바꿔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고 뱉은 말은, 상대의 귀에 "나 눈 바꿔야 하는데"가 되어버린다. 이건 그나마 말하는 맥락에 의해, 내가 '눈'이라고 발음해도 상대가 '안경'으로 알아들어주니 다행이다. 


戒酒(jièjiǔ)와 解酒(jiějiǔ)

 '숙취 풀다'와 '술 끊다'도 '지에지어우(jie jiu)'로 발음이 똑같은데, 성조가 틀려버리면 대화 맥락으로도 상대가 알아챌 수 없다. 지금은 내가 잘 발음할 수 있지만, 이 단어를 막 배웠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동해 언니 오늘 한잔 어때?"

  "나 술 끊었어. “

  ”뭐, 해장했다고?"

  "아니, 술 끊었다고."

  "술을 끊었다는 지에지어우(jiè jiǔ)고, 해장하다는  지에지어우(jiě jiǔ)야."

  "알아, 나 방금  지에지어우(jiè jiǔ)라고 발음한 거거든?"

  "에휴." 

  그녀가 뒤에 삼킨 말은 '그래서 누가 알아듣나'였을 것이다. 


睡覺(shuìjiào)와 水餃(shuǐjiǎo)

  랭귀지스쿨에서는 한 반 학생들이 배운 단어의 양이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우리끼리 소통할 때면, 아무리 성조가 틀려도 철떡 같이 알아들었다. 선생님도 일단 많은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매번 성조를 지적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조의 중요성을 수업 시간이 아니라, 요리 시간에 배웠다. 우리는 그날 만두 요리를 배웠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만두' 피가 어떻고, '만두' 속이 어떻고, '만두' 모양이 어떻고를 말하게 된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만드는 건 쉐이지아오(shuǐjiǎo, 水餃)이고, 쉐이지아오(shuìjiào, 睡覺)는 밤에 잠자는 거예요."

  "어머, 발음이 똑같은 것 같아요."

  "아녜요, 잘 들어봐요. 하나는 쉐이지아오(shuǐjiǎo)이고, 다른 하나는 쉐이지아오(shuìjiào)예요. 다르죠?"

  나는 그날 3시간짜리 만두 만드는 수업을 들으면서 '쉐이지아오 쉐이지아오 쉐이지아오'를 수십 번은 말하고, 수십 번은 들어서야 그 두 발음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講究(jiǎngjiù)와 將就(jiāngjiù)

  내가 만난 가장 재미난, 같은 발음 다른 성조의 단어는, 쟝지어우(講究)와 쟝지어우(將就)이다. 講究는 일찌감치 배웠고, 將就는 중국어를 배운 지 서너 해가 되어서야, 중드를 보다 알아졌다. 

  講究는 한국 한자음으로 읽으면 '강구'이지만 한국어의 '방안을 강구하다', '대책을 강구하다'의 그 뜻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어 講究와 똑 같이 대응되는 한국어 단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중국어 사전에는 '중시하다', '주의하다', '관심을 가지다'로 번역하고 있는데, 내 개인적인 사전에는 '(어느 방면에) 상당 까다롭게 굴다'로 저장되었다. 

  예를 들어, '나의 1호 대만친구는 커피에 관해서 좀 쟝지어우(講究)한데, 어느 커피콩이 과일맛이 나는지, 곡류의 맛이 나는지, 포도주의 맛이 나는지, 쓴 맛이 많은지, 단 맛이 많은지를 따지고, 커피 내리는 물온도를 따지고, 뜨거울 때 마실 때와 식었을 때 마실 때의 맛 차이를 따진다.', 이러 때 쓴다.

  쟝지어우(講究)에 대한 내 번역이 사전의 번역보다 더 적합한 거 같지 않나?


  將就에 대해, 사전에서는 '(어떤 사물이나 환경에 대해 매우 만족하지 못하지만) 그럭저럭 지내다. 아쉬운 대로 지내다'로 설명해 놓았다. 초흐어(凑合, còuhe)와 같은 뜻이다. 예를 들면, 음식이 맛이 없지만, 오늘만 아쉬운 대로 장지어우(將就)해서 먹어.' 이럴 때 쓴다.

  

  눈치를 채셨는가? 이 두 단어는 좀 반대의 뜻이다. 발음은 같은데 뜻은 반대인 것이다. 그러니, 잘못 발음하면 완전 다른 뜻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누군가의 업무 능력에 대해, 쟝지어우(jiǎngjiù)라고 발음하면, '그는 일을 철두철미하게 해'의 뜻이 되고, 쟝지어우(jiāngjiù)라고 발음하면 '그는 일을 대충 하는 편이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내 발음하나로 내가 평가하는 대상은 완전 하늘과 땅 차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성조가 이렇게 중요한데, 나는 將就를 배우고 나서,  講究의 발음마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발음으로 말장난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재미있는 말장난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건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 건데, 컵이라는 '뻬이즈(bēizi)'와 평생이라는 '뻬이즈(bèizi)'가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한 말장난이다.

  "너에게 을 선물할게, 우리 이제 평생 좋은 친구하는거야"

  한국말로 번역해서는 이 문장이 왜 말장난이 되는지 표현이 안된다. 중국어 발음을 써보면 이렇다. 

  "송니꺼뻬이즈, 워먼이뻬이즈쓰하오펑요우~(送你個杯子bēizi,我們一輩子bèizi是好朋友。)"

  (중국어를 모르는 당신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성조는 사람을 너무 헷갈리게 하지만, 그래서 이런 귀여운 말장난이 가능한 거니까, 즐기는 걸로? 즐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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