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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y 05. 2024

紅顏知己[hóngyán zhījǐ]

    홍옌(紅顏)은 글자 그대로의 뜻은 '붉은 얼굴'이라는 뜻이지만, 옛날에는 '미인'을 가리켰고, 지금은 두루 '여성'을 가리킨다. 볼터치나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이 붉은색을 띠기 때문에 미인, 여성을 뜻하게 되었다. 즈지(知己)는 '자기를 알아준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홍옌즈지(紅顏知己)는 '자기를 잘 알아주는 즉, 잘 이해해 주는 여성'이라는 뜻이 되는데, 이게 '남자가 마음을 터놓고 못하는 말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성 친구'를 가리킨다. 당신이 남자일 때만 쓸 수 있다. 

    '여자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남성 친구'라는 뜻의 단어는 없다. 정확히는 원래는 없었다. 아니, 왜 여자에게는 남성인 친구를 가리킬 용어가 없는 거야 하고 따지고 싶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나 말고도 있어서, 근래에 와서 란옌즈지(藍顏知己)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란(藍)은 푸른색으로, 홍(紅)과 대비되는 색으로 남자를 가리킨다. 정식 단어는 아니고 그냥 인터넷유행어다. 이게 널리 쓰이면 뭐 나중에는 물론 정식단어가 되어 사전에 실리겠지만.  


    홍옌즈지(紅顏知己)나 란엔즈지(藍顏知己)는 모두 상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여자의 친구 관계이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가에 대해서 나는 좀 의심의 마음을 품고 있다. 홍옌즈지(紅顏知己)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가사 내용이 내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이번 생에서 너의 유일한 하나가 될 수 없다면(如果今生做不了你的唯一) / 그럼 나로 하여금 네가 멀리 떠나가도록 손 놓게 해 줘(就讓我放手讓你遠去) / 서로 함께 지켜온 달콤함을 잊어(忘了相廝相守的甜蜜) / 우리의 날마다의 사소한 일들을 잊어(忘了我們朝朝暮暮的點滴) / 이번 생에서 너의 유일한 하나가 될 수 없다면(如果今生做不了你的唯一) / 그럼 나로 하여금 다음 생의 길목에서 너를 기다리게 해 줘(就讓我在來生的路口等你) / 사랑이 추억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면(如果愛不能走出回憶) / 그럼 나로 하여금 너의 홍옌즈지가 되게 해 줘(就讓我做你的紅顏知己)>


    그러니까, 홍옌즈지(紅顏知己)는 그녀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될 수 없어서, 친구를 하기로 하는 것이라잖아. 사랑 안 해서가 아니라. 


    중국어에는 이밖에도 친구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용어가 있다. 당신이 여자일 때와 남자일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어가 다르다. 

    당신이 여성이고, 친구가 여자면 꿰이미(閨蜜,guīmì) 또는 지에메이(姐妹, jiěmèi)를 쓴다. 친구가 남자면 껄먼(哥兒們, gēmén)이나 쑝띠(兄弟, xiōngdì)라고 한다. 그 남자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을 때, 특별히 깐꺼(乾哥, gāngē)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좀 짙어서 일상적으로 흔히 쓰지는 않는다. 깐꺼(乾哥)의 원래 뜻은 의형제를 맺은 형이나 오빠를 가리키는데, 이게 짜난(渣男)들이 이 여자 저 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아무나 깐메이(幹妹)라고 칭하면서 뜻이 좀 변질되어 버렸다. 지금은 깐꺼(幹哥)라고 하면 물질적으로 서포트해 주는 오빠로 들려버린다. (짜난(渣男)에 대해서는 '감동의 중국어' 8회를 참고하시길.)

    당신이 남성이고, 친구가 남자면 마찬가지로 껄먼(哥兒們)이나 숑띠(兄弟)를 쓰고, 친구가 여자일 때는 홍옌즈지(紅顏知己)를 쓴다. 홍옌즈지(紅顏知己) 말고는 달리 여자인 친구를 표현하는 용어가 없다! (찾으면 이 부분 수정하도록 하겠다.)


    남녀공통으로 쓸 수 있는 용어도 있다. 나이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는 친구를 왕니엔지아오(忘年交, wàngniánjiāo)라고 하고, 아주 어려서부터 친구를 맺은 사이면 칭메이주마(青梅竹馬, qīng méi zhú mǎ)라고 한다. 


    홍옌(紅顏)이 들어가는 유명한 사자성어가 더 있다. 홍옌뿌어밍(紅顏薄hóng yán bó mìng )은 미녀박명이라는 뜻이고, 홍옌후어쒜이(紅顏禍水, hóng yán huò shuǐ )는 예쁜 여자는 화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예쁘지 않은 나는 홍옌(紅顏) 즉, 미녀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에 몰래 만족감을 느낀다. 미녀가 욕을 먹어야 어째 좀 공평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지. 당신에게는 나 같은 모난 구석이 없기를!




참고 :

1. https://baike.baidu.hk/item/紅顏知己/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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